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My heart leap up when I behold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A rainbow in the sky: (나의 마음 뛰어놀아)
So was it when my life begin; (인생 초년에 그러했고)
So is it now I am a man; (어른 된 이제 그러하고)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늙은 뒤에도 그러하리)
Or let me die! (不然이면 죽어도 可也라!)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나의 인생의 하루하루가)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경건한 自然心에 연결되어지이다.)
-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 <A rainbow>
- 최재서(1908~1964) 역, <바라보면 내 가슴 뛰노나>
위는 워즈워스의 유명한 시 ‘무지개’로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로 유명하다. 어린이가 자라 어른이 되기에 그런 표현이 당연하겠으나, 소년 시대에 무지개를 보면서 갖게 된 꿈을 평생 동안 등불 삼아 그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의 일생이 아름답다는 이야기일 터이다. 그런 인생은 영롱한 일곱 색깔의 띠로 이 땅끝에서 저 땅끝까지 하늘에 구름다리를 놓는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의미 깊어서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근거가 된다. 어린 시절 무지개가 뜨면 친구들과 무지개 끝을 향해 달려갔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무지개가 끝나는 땅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무지개는 다가갈수록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뒤쪽으로 물러선다. 그러니 그 누구도 무지개의 끝에 도달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서양의 고전적인 시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반세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유행했던 경쾌한 번안 가요를 들 수도 있다. 이 노랫말에서도 어릴 적 본 무지개와 꿈을 노래하고 있음을 본다.
푸른 잔디에 밝은 태양과 시원한 바람
바람도 친구 태양도 친구
사랑의 동산 즐거워라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꿈 노래 부르며
모두 쌍쌍이 달콤한 사랑을 즐겁게 노래 부르네
- 문정선(1951~ ) 노래, <오라 오라 오라> (1971) 중에서
무지개는 하늘에서 태양이 위치한 반대편에 형성되며, 대부분 호(弧) 모양으로 생기지만 원형으로 생길 수도 있다. 대기 중에 물방울이 있고 태양광선이 낮은 위도로 있을 때 무지개 생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아침에 서쪽 하늘에서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서 주로 관측된다. 무지개는 실제 물체가 아닌 광학적 환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무지개를 좇아간다고 해서 다가갈 수가 없다. 관찰자의 위치로부터 특정 거리에서 생기지 않고 공기 중 물방울들에 의한 빛의 굴절, 반사, 분산 현상에 의해 발생하여 특정 각도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무지개의 위치는 달라 보일 수도 있다. 무지개는 태양을 등지고 분무기로 물을 뿜어 인공적으로도 만들 수 있다.
무지개는 빛 반사의 횟수, 물방울의 크기 차이 등으로 제1차 무지개, 제2차 무지개, 과잉 무지개, 반사 무지개, 안개 무지개, 수평 무지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① 제1차 무지개(primary rainbow) : 숫 무지개라고도 한다. 태양과 관측자를 연결하는 선을 연장한 방향을 중심으로 40~42°에서 나타난다. 안쪽이 보라색, 바깥쪽이 빨간색으로 배열된 햇빛 스펙트럼이라고 보면 된다.
② 제2차 무지개(secondary rainbow) : 흔히 쌍무지개라 하는 것으로, 물방울 안에서 빛이 두 번 굴절, 반사되어 만들어지며, 흔하지는 않고 가끔 볼 수 있다. 제2차 무지개는 제1차 무지개보다 더 높은 위치인 50~53°에서 나타난다. 쌍무지개는 1차 무지개 바깥쪽에 2차 무지개가 보인다. 이 2차 무지개를 암 무지개라고도 부른다. 색 배열은 안쪽이 빨간색, 바깥쪽이 보라색으로 1차 무지개와 달리 반대 배열로 색상이 나타난다.
③ 과잉 무지개(supernumerary rainbow) : 제1차 무지개의 안쪽과 제2차 무지개의 바깥쪽에 나타나는데, 이것들은 제1차 무지개 및 제2차 무지개를 만드는 물방울로부터 빛의 간섭 현상에 의해서 생긴다고 추정된다.
④ 반사 무지개(reflection rainbow) : 태양이 호수 등 잔잔한 수면에 떠 있는 경우, 광선이 수면에 반사된 다음 물방울에 입사될 때, 제1차 무지개 위에 생기는 같은 크기의 엷은 무지개이다.
⑤ 안개 무지개(fogbow) : 안개 등 반지름이 30μm(마이크로미터) 보다 작은 물방울의 경우 37~40°의 위치에 나타나며, 테만 엷게 물들어 보이고 폭이 넓은 무지개이다.
⑥ 수평 무지개(horizontal rainbow) : 수면 위에서 수평면에 줄을 지어서 떠 있는 물방울에 의해서 생긴다. 모양은 태양고도가 42° 또는 51°보다 작은가, 큰가, 같은가에 따라 각각 쌍곡선 모양, 타원 모양, 포물선 모양으로 보인다.
⑦ 달 무지개(moonbow) : 태양이 아니라 달빛으로도 무지개가 생길 수 있다. 석양이나 일출 근처에 무지개가 생길 경우, 붉은색의 단색 무지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지상에서 무지개는 반원만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중에서 보면 무지개는 원형이다. 햇빛이 물방울에 비치면 물방울로부터 나오는 빛은 아이스크림 콘처럼 원뿔 모양을 이룬다. 원뿔의 뾰족한 점(꼭짓점)을 시선의 위치라고 하면 무지개는 원기둥의 밑면인 원의 둘레처럼 보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무지개의 모양은 무지개가 지면에 가리게 되어 반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서 원뿔의 꼭짓점에서 무지개를 본다면 무지개는 원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찌그러진 무지개는 볼 수 없고, 무지개의 옆면이나 뒷면도 볼 수가 없다. 무지개는 항상 정면에서 보인다.
그럼 무지개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무지개의 형성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의 과학자요 철학자인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였다. 그 이후 대기과학자들에 의해 무지개의 원리가 상세하게 밝혀졌다. 무지개는 대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 태양광선이 굴절, 반사, 분산되면서 나타나는 기상학적 현상이다. 태양의 반대쪽에 비가 오면 무지개가 나타날 수 있다. 태양광선이 물방울을 만났을 때 일부 빛은 물방울에서 반사되고 일부는 굴절하게 된다. 태양광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포함한 백색광이고,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은 각기 다른 각도로 굴절하게 된다. 파장이 길수록 작은 각도로 굴절된다. 즉, 파장이 긴 적색 계열 빛은 작은 굴절 각도를 가지고, 짧은 파장의 청색 계열 빛은 상대적으로 큰 굴절 각도를 가지게 된다. 파장이 짧을수록 더 큰 에너지 혹은 속도를 갖고 있어 더 많이 굴절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물방울의 뒷면을 바라보았을 때 백색광이 물방울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색을 가진 스펙트럼으로 분산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짧은 파장의 청색 빛은 더 큰 각도로 굴절되어 호(弧)의 안쪽에 보이게 되고, 적색 빛은 호 바깥 부분에 보이게 된다. 이렇게 색깔이 나누어지는 현상을 분광 현상이라고 한다. 무지개는 불연속적인 파장의 빛들로 이루어지지 않고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가진다. 무지개를 흑백으로 보게 되면 연속적인 색의 그러데이션(gradation)만 보이고 특정 색 밴드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눈에 특정한 색으로 구분되어 보이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배운 문화적인 학습의 효과에 의한 것으로, 보통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이라고 배웠다.
무지개의 색깔은 진짜 일곱 가지일까? 빛이 여러 색으로 되어 있다고 실험적으로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이다. 그는 빛의 스펙트럼을 프리즘으로 분리하면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으로 나타냈다. 그 후 뉴턴의 기준이 부동의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실제로 빛을 분리하면, 100가지 이상의 색을 사람이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뉴턴은 일곱 색깔로 무지개를 구분한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성경에서 7은 완전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세 유럽은 기독교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에 있었다. 음악에서 ‘도레미파솔레시’의 7 음계나 행성을 태양·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으로 7개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요일을 7가지로 나눈 것도 이와 관계된다. 영어로 Sunday, Monday로 시작되는 데에 창안하여 일(日) 요일, 월(月) 요일을 앞에 놓고 그다음에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를 배치하는데 행성의 순서와 동양의 오(5)행설을 적용한 듯하다. ‘일월화수목금토’를 요일 이름으로 쓰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고, 정작 중국에서는 성기(星期)라는 말을 써서 일요일을 ‘성기 1일(星期一日)’이라고 표기한다. ‘성기 2일’은 월요일이 된다. 토요일은 ‘성기 7일’이 되는 셈이다.
우리 조상은 항렬과 촌수를 무척 따진 듯싶다. 우리 집안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에 항렬을 적용해서 작명해 왔는데 항렬자가 할아버지 때부터 흠(欽), 영(永), 형(馨), 희(熙), 신(信), 석(錫)의 순서이다. 각 한자는 오행으로 분류되는데 대개 그 변(邊)이나 받침으로부터 알 수 있다. 위 글자들을 오행으로 풀어보면 ‘金水土火木’이 되고 다시 금(金)이 나와 오행이 반복된다. 이 순서는 행성의 순서나 요일의 순서와는 다르다. 어릴 때 나의 할아버지께 들은 바에 따르면, 바위(金)에서 물(水)이 나와 흙(土)으로 흘러가고 흙 속에서 불(火)이 나와 나무(木)를 태워 다시 바위 혹은 쇠(金)가 된다.
무지개의 색은 문화권마다 개수가 다르다. 영미권에서는 남색을 제외하고 여섯 가지 색을 쓰는 경우가 있다. 멕시코 원주민인 마야족은 다섯 가지 색으로 보았다. 어떤 문화권은 두, 세 가지 색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다섯 색깔로 색을 표현하였다. 오색은 문자 그대로 다섯 가지 색이 아니라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의미이다. 이는 오색영롱(五色玲瓏), 혹은 오색찬란(五色燦爛)이란 말에서 볼 수 있다. 선녀가 타고 내려오는 무지개는 우리 전통에는 ‘칠색’ 무지개가 아니라 ‘오색’ 무지개였다. 동양의 오색은 음양오행설에서 풀어낸 다섯 가지 순수하고 섞음이 없는 기본색이다. 오방색(五方色)이란 오행 사상을 상징하는 색을 말한다. 방(方)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각각의 색들이 방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파랑은 동쪽, 빨강은 남쪽, 노랑은 중앙, 하양은 서쪽, 검정은 북쪽을 뜻한다. 오색(五色) 혹은 오채(五彩)라고도 불렀다. 오색 중에서 요즘의 시각에서 실제 무지개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빨강, 노랑, 파랑의 셋뿐이다. 무지개를 보며 우리는 색깔의 범주가 문화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빛의 스펙트럼을 몇 가지 색이라고 잘라서 나누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무지개 현상을 보고 홍수를 예상했다. 한 가지 예로서 ‘서쪽에 무지개가 서면 소를 강가에 내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서쪽 무지개는 동쪽에 태양이 있는 아침나절에 서쪽에 비가 오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한반도는 편서풍 지대에 속해 있어 대부분 날씨의 변동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 오는 구역이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여 자기가 사는 곳까지 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 또 무지개는 소나기에 잘 동반되는데, 소나기는 빗방울이 굵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홍수가 일어나기 쉽고, 홍수로 하천이 범람하여 귀중한 소를 떠내려 보내는 일이 없도록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하여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무지개가 물을 빨아올리므로 가뭄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도 무지개는 연못의 물을 빨아올려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무지개에 얽힌 전설은 수없이 많다. 무지개가 선 곳을 파면 금은보화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지역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에서는 금시계가, 그리스에서는 금 열쇠가, 노르웨이에서는 금 항아리와 숟가락이 무지개가 선 곳에 숨겨져 있다고 하였다. 이들 전설의 기원은 아마도 무지개를 동반하는 강한 소나기가 내린 뒤에 흙이 씻겨져 내려가서 아름다운 유물들이 발견된 데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서에서는 노아의 홍수 후 신이 다시는 홍수로써 지상의 생물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보증의 표시로서 인간에게 무지개를 보여준 것으로 보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무지개는 이리스(Iris)라는 여신이며 제우스의 사자(使者)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여러 민족에 따라 하늘과 땅 사이의 다리(북유럽 신화), 뱀(아메리카 인디언)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지개를 타고 뱀이나 용이 물을 마시러 내려온다는 전설은 적지 않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무지개를 신령이 지나다니는 다리 또는 사닥다리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에도 선녀(仙女)들이 깊은 산속 물 맑은 계곡에 목욕하러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전설이 있다. 신라 진지왕은 도화(桃花)라는 부녀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버렸다. 왕은 온갖 감언이설로 여인을 꾀었다. 여인은 두 남편을 섬길 수 없다며 왕을 모실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여인을 품지 못한 왕은 미련을 안고 죽었다. 그런데 그날부터 일주일간 도화녀의 집 지붕에 오색 무지개가 섰다. 무지개를 타고 저승에 가던 진지왕이 미련이 남아 머물다 간 것이란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다는 믿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