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4. 노랑(黃, yellow)

개나리, 민들레. 해바라기, 국화, 은행잎

by 포레스트 강

나리 나리 개나리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 윤석중(1911~2003) 작사 권태호(1903~1972) 작곡, <봄나들이>


이 동요는 1930년대 전반기에 발표된 이후 오늘날까지 애창되고 있다. 4분의 2박자 8마디로 되어 있으며, 리듬은 매우 율동적이다. 개나리가 피어 있는 따뜻한 봄날에 노란 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따라가는 모습이 정겹다. 이렇게 어미를 쫓아가는 노란 병아리의 모습에서 병아리는 어린이를 상징하게 된 것 같고, 오늘날 유치원의 통학버스는 대부분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보호하거나 주의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교통신호등에서 노란색은 ‘주의(注意) 신호’이다. 한편 영어 amber는 광물 호박(琥珀)이라는 뜻이나 색채어로 yellow, brown과 같은 황색을 의미한다.


역시 봄에는 노란 꽃이 제격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노랗게 수선화와 개나리가 피고 노란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색상의 튤립이 봄이 한창임을 알려준다. 산에는 노란 산수유가 피어 있다. 들에는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정원에 새싹이 돋아 올라올 무렵에는 노란 민들레가 핀다. 민들레는 척박한 곳보다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살기 때문에 경작지, 정원, 잔디밭 등 사람들 손길이 미치는 볕이 잘 드는 장소에 주로 살아난다. 들판에 흔히 보이는 민들레는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도입된 '서양민들레'이고, 우리 고유의 민들레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봄에 민들레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민들레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잎과 길이가 비슷한 꽃대 끝에 두상화(頭狀花)가 1개 달린다. 두상화란 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통꽃이 많이 모여 피어 머리 모양을 이룬 꽃이다. 꽃송이는 여러 개의 혀 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들레는 주로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식물이지만 서양민들레는 자가수정(自家受精) 또는 수정과 상관없는 단위생식을 하여 번식력이 강하다. 여러 개의 열매는 꽃줄기 끝에 촘촘히 달리며 갈색이 돌고 긴 타원 모양이며 윗부분에 가시 같은 돌기가 있다. 열매 위쪽에 긴 자루가 있고 그 끝에 여러 개의 연한 백색의 갓털이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달린다. 열매를 매달고 있는 갓털이 바람에 날려 먼 땅에 떨어지면 다음 해에 그곳에 민들레가 자라게 된다. 이 하얀 갓털을 민들레 홀씨라고 부르는데, 엄밀하게 보면 홀씨가 아니고 완전한 씨앗을 품고 있다. 이 갓털이 사람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비듬(dandruff)을 닮고 꽃의 모양이 사자(lion)의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영어로 민들레를 dandelion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기온이 올라 여름이 되면 노란 금계국, 메리골드(천수국), 금잔화가 피고, 들에는 해바라기 꽃이 연병장에 도열(堵列)해 있는 병사들처럼 일제히 태양을 향해 서서 자란다. 우리말에서 '해바라기'는 명사 '해‘ + 용언 어간 '바라-' + 명사형 어미 '-기'에서 왔다. 옛말 '바라다'에는 '바라보다'라는 뜻도 있다. 다른 언어에서도 해바라기는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형태소가 포함된 복합어로 나타난다. 일본어로 ひまわり는 해를 의미하는 ひ에 ‘돌다’라는 의미의 まわる의 명사형이 붙은 것이다. 영어 sunflower는 sun(해)과 flower(꽃)의 합성어이다. 독일어로 Sonnenblume는 Sonne(해)와 Blume(꽃)의 합성어이다. 중국어로 朝阳花는 아침 해와 꽃의 합성어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에 '해'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꽃이라 하루 내내 해를 바라본다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봉오리를 피우는 영양소 합성을 위해 봉오리가 피기 전까지만 해를 향하여 방향을 바꾸는 것이며, 꽃이 핀 후엔 그냥 그대로 있다고 한다. 꽃에는 광합성 기능이 없으니 당연히 주광성(走光性)이 없다. 식물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소는 모두 녹색을 띤다. 이런 특성 때문에 능력도 없으면서 힘 있는 윗사람만 바라보며 아부하는 사람을 해바라기에 비유한다. 또 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한 사람만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해바라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노란색은 신의의 상징 같다.


해바라기는 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키가 상당히 크다. 줄기에 어긋나게 나는 길쭉한 하트형 잎은 잎자루가 길며 8∼9월경에 피는 지름 20cm 정도의 꽃이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중심부의 통꽃들은 갈색이며 통꽃들 주변의 꽃잎처럼 보이는 혀 꽃들은 노란색이다. 일반적으로 꽃이라 인식되는 부분은 일종의 얼굴마담이고 실은 수십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있다. 해바라기 씨앗은 꽃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익는데, 기름을 짜거나 식용으로 쓰인다. 수천 개의 꽃이 모인 꽃인 만큼 꿀도 많아서 벌이 자주 모이고 실제로 해바라기 꿀이 있다. 해바라기유는 러시아 등에서 요리에 중요한 식용유이다. 해바라기는 과거 소련의 국화(國花)였으나 소련 해체 후 러시아의 국화는 카모마일(chamomile)로 바뀌었다. 해바라기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국화이다. 해바라기는 희망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 식물성 기름의 원료를 제공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봄에 피는 노란색 꽃인 유채꽃 씨앗도 식용유로 만들어 쓰는데, 대표적으로 카놀라유가 있다. 중국인들도 식물의 씨에서 추출한 기름을 음식을 볶을 때 식용유로 쓴다.


해바라기 씨는 간식으로 흔하게 먹는데, 미국의 야구 선수들이 경기 중 즐기는 간식이기도 하다. 해바라기 씨는 사람 외에 동물들도 좋아하고 특히 애완동물 중에는 햄스터가 무척 좋아한다. 그 외 다람쥐나 앵무새 등을 애완동물로 키울 때 간식으로 주면 좋아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호박씨를 간식으로 먹었다. ‘뒤로 호박씨 깐다’라는 은어도 있고 ‘호박씨 까서 한입에 털어 넣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호박은 우리 생활 속담에 많이 쓰이고 있다. ‘호박에 말뚝 박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떨어졌다’ 등의 속담에서 보인다. 엄연히 호박꽃도 노란색을 내는 꽃이다.


찬 바람이 불면 노란색 국화가 펴서 한 해가 다 갔음을 알려준다. 늦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나타내는 꽃은 국화(菊花, chrysanthemum)이다. 영어로 국화는 금빛의 꽃이라는 뜻이다. 역시 국화는 노란색이 제격이다. 국화는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하며, 많은 원예 품종이 있다. 보통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1m 정도로 줄기 밑부분이 목질 화하며, 겨울이면 줄기는 말라죽고 뿌리로 월동한다. 꽃은 노란색 이외에 흰색, 빨간색, 보라색 등 품종에 따라 다양하고 크기나 모양도 품종에 따라 다르다. 꽃송이 크기에 따라서 대국(大菊), 중국(中菊), 소국(小菊)으로 나눈다. 대국은 꽃의 지름이 18cm 이상 되는 것으로 흔히 재배하는 종류이며, 소국은 꽃잎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고, 꽃 색도 다양해서 분재용으로 적당하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하국(夏菊), 추국(秋菊), 동국(冬菊)으로 나눈다. 자연조건에서 하국은 5~6월, 추국은 10~11월, 동국은 12월 이후, 꽃이 핀다. 국화는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랜 꽃이며, 사군자의 하나로 귀히 여겨왔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 국화로 산국, 산국과 비슷한 감국, 양지바른 산지에서 자라는 뇌향 국화, 산과 들에서 자라는 구절초, 바닷가에서 자라는 갯국화 등이 있다.


역시 가을의 정취는 샛노란 은행잎에서 느낄 수 있다. 파란 은행잎이 가을이 되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어 엽황소(葉黃素), 영어로 잔토필(xanthophyll)이라는 색소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낙엽의 색깔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잔토필은 일명 루테인(lutein)이라고도 하며, 생물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고 카로텐류의 산소화에 의해 생성된다. 식물에는 푸른 잎 속에 엽록소와 함께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동물에도 예를 들면 난황의 색소로서 존재하는데, 달걀노른자가 노랗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나무는 암수의 구분이 있다. 암나무는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은행나무는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가로 암수를 감별해 왔는데, 묘목으로는 암수 감별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 수나무에만 있는 유전자를 발견해서 묘목의 암수 감별이 가능해졌다. 농가에는 은행 채집이 가능한 암나무를, 거리에는 악취가 풍기지 않는 수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열매인 은행은 공 모양같이 생기고 10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가 살구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살구 행(杏) 자와 중과피가 희다 하여 은빛의 은(銀) 자를 합하여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바깥 껍질에서는 악취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을철에 아파트 내에 있는 은행나무 밑에서 비교적 굵은 열매를 집게로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 화장실에서 냄새나는 겉껍질을 까 버리고 씻어서 알맹이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추운 겨울철에 마이크로 오븐에 구워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우리는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하여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으로 나눈다. 우리는 황인종인데, 동양인을 경계하는 말에 황색을 포함하는 말이 존재한다. ‘황금(黃金)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선현(先賢)이 말씀하셨다. 금의 색깔이 노란색이어서 황금이라 부르는 것 같고 돈이나 지위를 너무 탐하지 말라는 말씀이겠다. 황색신문(yellow paper) 등에서 쓰는 황색의 의미는 병아리, 개나리, 민들레, 국화, 황금 등에서 쓰는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우리 언어 습관에서도 일이 잘못되면 ‘황(黃) 되었다’라고 말한다. 간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황달이 걸리면 얼굴이 노랗게 보인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앞날이 노랗다,’ 얼굴이 노래졌다,‘ 등으로 노란색으로 묘사한다. 노란색의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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