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물결, 소리, 빛을 파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지식을 파동론(wave theory)이라고 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모든 물체(body)의 거동은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 집대성해 놓은 고전 역학의 운동법칙을 따른다. 물체가 작아지면 이를 입자라고 부르는데, 이에 따르는 물리법칙을 입자론(particle theory)이라고 한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입자(물체)와 파동의 개념에 혼란을 일으킬 만큼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해변의 물결이나 소리와 빛의 전파 현상을 파동론으로 이해하면 된다. 야구공이나 포탄의 궤적을 입자론인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감각으로 느끼는 물리적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고전 물리에서는 입자와 파동을 서로 다른 실체로 다루어 왔다.
그러나 입자의 크기가 작거나 파동의 파장이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물리적인 현상을 입자론과 파동론으로 그때그때 설명해야 하는 양면성(duality)을 갖고 있다. 파동의 입자성이니 입자의 파동성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이는 미세세계에서 물질이 이중성을 띠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 어떤 물리적인 현상은 파동론으로 설명해야 하고 다른 물리적 현상은 입자론으로 설명하여야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옛날에는 빛이 파동인 줄로만 알았더니 빛을 입자론으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19세기말에 과학자들은 빛과 전기를 둘러싼 현상, 즉 광전효과(photoelectron effect)를 기존의 물리학적인 시각인 파동론으로 설명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1905년에 이 광전효과의 문제를 새롭게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하였다. 빛이 입자로 되어 있어서 금속에 빛이 쪼이면 이 입자가 금속 내의 전자에 에너지를 전달하여 전자가 그 에너지를 받고 금속으로부터 해방되어 튀어나온다고 해석하였다. 그는 주파수 ν(누)인 빛의 광자는 플랑크(Max Planck, 1858~1947)의 양자 에너지 E = hν(이 이퀄 하누)와 같은 에너지를 갖는다고 보았다.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로서 6.626 x (10의 –34승) J∙s로서 통상적으로 독일말로 ‘하’라고 읽는다. 20세기 초반에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빛에 대한 양자론이 실험적인 증거가 아주 확실했음에도 그 당시 학계는 빛의 입자(양자)론을 거의 무시했다.
빛이 일련의 작은 에너지 덩어리인 광자(光子, photon)라는 입자로 전파된다는 관점은 빛에 관한 기존의 파동이론에 위배(違背)된다. 빛의 입자론과 파동론, 이 두 관점 모두 실험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파동론은 입자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빛의 간섭과 회절 현상을 설명한다. 파동론에 의하면 빛은 파동 형태의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퍼뜨리면서 파원으로부터 나온다. 입자론은 파동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광전효과를 설명한다. 입자론에 의하면 빛은 각각 독립된 광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광자는 단일 전자에 의해서 흡수될 정도로 작다. 빛의 입자론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광자의 에너지를 기술하기 위하여 양자 이론에서는 여전히 주파수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이 빛이 입자로도 설명되고 파동으로도 설명되는 개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징검다리를 처음으로 놓은 사람이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Louis de Broglie, 1892~1987)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파동의 입자성이 확립되고 난 후 20년 정도 지난 1924년에 드브로이는 움직이는 입자는 입자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파동의 성질도 가진다고 제안하였다. 드브로이의 주장은 곧바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주파수가 ν인 빛의 운동량(p)은 다음과 같다. p = hν/c = h/λ. 여기서 파장과 주파수의 곱은 광속(λν = c)이라는 관계식을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빛의 파장은 다음 식과 같이 운동량으로 표시할 수 있다. λ = h/p. 이 λ를 드브로이 파장이라고 부른다. 입자론에서 운동량은 질량 곱하기 속도(p = mv)라고 표현된다.
드브로이는 위 식이 완전히 일반적인 것으로 비단 광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물질 입자에 대해서도 성립한다고 제안하였다. 전자기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떤 물체에서 입자성과 파동성이 동시에 관측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정확한 기술인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단지 움직이는 물체가 어떤 경우에는 파동 같고 어떤 경우에는 입자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성질이 잘 나타나는가 하는 것은 윗 식으로 표시되는 움직이는 입자의 드브로이 파장과 그 입자의 크기, 그리고 상호작용하고 있는 입자들의 크기에 의해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드브로이는 그의 추측을 지지하는 직접적인 실험적 근거를 가지지는 못하였으나 덴마크의 보어(Niels Bohr, 1885~1962)가 1913년 수소 원자의 모델에서 가정했던 에너지가 특정한 값들로만 제한되는 에너지의 양자화 가설을 드브로이 자신의 이론으로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결정에서의 전자회절 실험으로부터 드브로이 파장의 식은 증명되었다.
여기서 빛 알갱이를 영어로 photon, 우리말로 광자(光子)라고 표현했다. 광파(light wave)라는 말은 빛을 파동론으로 생각할 때 나오는 용어이고, 광자(photon)는 입자론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물리학에서 아주 작은 입자를 표현할 때 어미에 –on을 붙인다. 우리말에는 ‘–자(子)’ 자(字)를 붙인다. 비슷한 조어법으로 음(-)의 전기를 띠는 최소 단위 입자를 electron, 우리말로 전자(電子)라고 부른다. 전자(electron)는 전통적으로 입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면 파동의 성질도 갖고 있다. 수소는 전자 하나를 갖고 있는데 양(+)의 전기를 띠는 수소의 원자핵을 proton, 우리말로 양성자(陽性子)라고 부른다. 질량과 전하의 양(量)이 전자와 같고 양(+) 전하를 띠고 있는 미립자를 positron, 우리말로 양전자(陽電子)라고 부른다. 양성자와 양전자는 전하값은 +1.6 x (10의 -19승) 쿨롱으로 같지만, 질량은 약 1,800배 차이가 난다. 물론 크기도 엄청나게 차이가 날 터이다. 그밖에 neutron, 우리말로 중성자(中性子)가 있다.
양자물리학에 phonon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미세세계에서는 입자는 파동성, 파동은 입자성을 보이니까, 고체를 통과하는 음파를 입자가 전달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에 이르러서 그 입자 같은 존재를 우리는 phonon이라고 부른다. 음자(音子)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그냥 포논이라고 부른다. 한편 영어로 harmonic oscillator, 우리말로는 조화진동자(調和振動子)라고 있다. 조화운동이란 어떤 계가 평형상태를 중심으로 진동할 때 생기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을 하는 계는 용수철에 매달려 있는 물체이거나 액체 위에 떠 있는 물체일 수도 있고, 이원자 분자일 수도 있고, 결정격자(結晶格子) 안에 있는 원자일 수도 있다. 조화운동자를 물리적으로 해석할 때, 수학적인 처리 과정에서 파동론을 적용하여 해를 구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빛은 파동처럼 전파되고,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내어놓을 때는 일련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빛은 이중의 특성 즉 양면성(duality)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빛의 본질을 설명하는 파동론과 입자론은 서로 보완적(complementary)이다. 각각의 이론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아서 특정 효과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빛이 파동과 입자의 흐름일 수 있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20세기 초 당대에는 많이 있었다. 그 당시 완고한 과학자들이 다 죽은 다음에야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빛의 양면성 이론이 확립되었다. 일상 경험으로는 가시화할 수는 없지만, 빛의 진정한 본질은 파동과 입자적 특성 모두를 포함한다.
광전효과의 역과정, 즉 움직이는 전자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의 전부 혹은 일부가 광자로 바뀔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러한 역 광전효과는 실제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양자론의 업적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1895년 독일의 뢴트겐(Wilhelm Roentgen, 1845~1923)은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를 금속판에 충돌시킬 때 투과력이 강한 복사선이 방출됨을 발견하였다. 당시에는 그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 그는 이 복사선을 X선(X-ray)이라고 명명하였다.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X선이 전자기파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그 뒤에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웨이브, 통신 및 방송 전파인 라디오파도 모두 가시광선과 같은 성질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 다양한 전자기파들을 맥스웰의 무지개라고 말한다. 뒤에서 이들 복사선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하고자 한다. 전자(electron)는 입자인 줄로만 알았더니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한 대표적인 과학적인 장치가 바로 전자현미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