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입을 닫으면 몸이 비명을 지른다
이유 없이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굳어가는 날이 있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때로는 가슴 한복판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턱 막힌다. 신경성 두통, 만성 소화불량, 원인 모를 무기력. 우리는 이것을 '스트레스성'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겨두곤 한다. 병원에 가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푹 쉬라"는 뻔한 말만 돌아올 뿐, 내 몸의 고통에는 명확한 진단명이 붙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당신의 감정이 몸을 빌려 내뱉는 비명이다. 마음이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다, 결국 근육에 쌓이고 혈관에 맺혀 통증이라는 구조 신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분이 나빠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화가 나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감정의 스위치를 내리는 데 익숙하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갈등을 피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던 사람들은 내 마음의 불편함을 '참는 것'이 아니라 '삭제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감정은 에너지와 같아서, 억누른다고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감정은 우리 몸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파고들며,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축적된다.
내 마음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 너무 두렵거나 고통스러울 때, 우리 뇌는 그 감정적 고통을 '신체적 통증'으로 바꿔버린다. 억울함을 말하는 대신 어깨를 굳게 만들고, 불안을 느끼는 대신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온다. 마음의 고통을 몸의 통증으로 치환해버리는, 일종의 정교한 방어기제인 것이다.
이제는 내 몸이 내는 소리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증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대신 그 통증이 나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 딱딱하게 굳은 어깨는 남의 기분을 살피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쓰는 삶을 살고 있다는 신호이며, 뻣뻣하게 굳어 있는 뒷목은, 이제 그만 경계를 풀고 타인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는 무의식의 호소이다.
- 불쑥불쑥 찾아오는 소화불량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나 사람을 억지로 삼키고 있다는 거부 반응일 수 있다.
- 가슴이 조여오는 답답함과 호흡 곤란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나만의 공간과 호흡을 빼앗긴 채 질식해가고 있다는 외침이며, 내 마음껏 숨 쉴 곳이 없다는 간절한 호소이다.
- 절제되지 않는 폭식이나 술 한 잔의 간절함은 하루 종일 타인의 요구에 '예'라고 대답하며 억눌렀던 욕구를,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몸의 반란이다.
몸은 정직하다. 마음은 속여도 몸은 속일 수 없다. 이유 없는 통증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이제 타인의 기분이 아닌 '나의 상태'를 먼저 살피라는 내 안의 선명한 경고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