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늘 너와 함께
함께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던 존재와 첫 번째 이별을 경험하니 널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이 조여 오는 아픔을 느꼈다. 아픔에 힘든 날들이 하루하루 흘러가지만 슬프게도 이별 후 아파하고 있다고 세상의 시간은 내가 아픔을 극복할 때까지 멈춰주지 않기에 나는 아픔에서 해방 돼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다. 아픔을 이겨내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랐기에 '너의 흔적을 마주하지 않으면 금방 잊고 극복할 수 있을 거야'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그대로 행동해 보기도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지독하지만 현실적인 말을 받아들이며 너를 잊는 게 아픔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고 싶었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한동안 의식적으로 아이를 떠올리는 걸 피했다. 집 안이 모두 아이의 흔적으로 가득 차있어 발바닥에 붙은 아이의 털만 봐도 눈물을 흘리고 외출 후 집에 돌아올 때면 심호흡을 하고 들어와 억지로 눈물을 참아야 할 정도로 아픈 날들의 반복으로 나와 가족들은 점점 말라갔다.
슬픈 마음에 하는 아이에 대한 넋두리에 밥을 먹다 전화를 하다 TV를 보다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보며 아이와의 추억을 꺼내는 게 나와 가족들을 더 슬프게 만든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함께한 추억을 꺼내는 게 가족들을 더 슬프게 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은 도달한 곳은 당분간 아이를 잊고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나와 가족들을 위한 행동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나는 슬픔만 가득 찬 방 안에 갇혀 하루를 보내는 일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 아이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바깥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의 시간 동안 나는 평소 관심 있었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공방을 등록하고 햇빛이 잘 드는 시간에 나와 바람을 맞으며 뛰어보기도 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들킬까 만남을 피했던 친구들을 만나 힘들고 슬픈 마음을 꾹꾹 눌러 즐거운 감정을 앞으로 꺼내보기도 했다. 억지로 잊고 살기 위한 노력한 만큼 제법 잘 잊고 사는 나를 보니 생각보다 많이 웃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날도 잊고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하루였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셔 술도 깰 겸 집까지 걸어오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신만큼 갑자기 찾아온 생리현상을 참으며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나는 어느새 아이와 함께 매일을 빠짐없이 산책했던 하천길을 걷고 있었다.
비가 오면 함께 우비를 입고 걸었던 길, 눈이 가득 쌓여 소변을 보지 못해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던 곳, 겁도 많고 낯도 많이 가려 다른 강아지와 그르렁 기싸움을 하고 후다닥 내 뒤로 숨던 모습, 잊고 살아보기 위해 억지로 미뤄뒀던 아이와 함께했던 추억에 유예된 이별의 슬픔이 전부 쏟아져 있는 그대로 아이를 생각하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다 보니 아이와 함께한 날들을 잊고 살아보려 한 내가 너무 싫어지고 이기적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너를 잊고 살면 너는 누구 기억해 주지?'
'우리가 너를 추억하지 않고 있는 걸 알면 네가 너무 슬프겠지... 너를 슬프게 하는 건 싫어'
미안한 마음에 시작된 자기혐오를 걷어내고 억지로 잊으려고 해도 함께한 시간만큼 쌓인 추억을 부정할 수 없는 일과 행복했던 시간을 다시 만들기로 다짐했다.
'난 너를 떠올리면 눈물이 아니라 행복했던 기억에 웃을 수 있을 거야! 너도 그렇지?'
나는 너를 떠올려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행복을 지금의 행복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널 떠올리는 게 아픔이 아닌 행복이 될 때까지 우리의 시간을 떠올리기로 했다.
너를 잊으려고 노력할 때 보인 가짜 웃음이 아니라 너와 함께해서 웃는 진짜 웃음을 짓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장례식을 마치고 작고 투명한 보석이 되어버린 아이를 만지며 '너를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 고소하고 따뜻한 너의 냄새를 다시 맡고 싶어.' 생각하는 게 전부인 하루를 보내지만 우린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어 그래서 나는 차갑게 변해버린 아이를 만지며 함께해서 따뜻하고 행복했던 날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