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린 가족이야
펫로스, 늘 너와 함께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전혀 다른 새로운 나를 키우는 것이다.'
2014년 5월, 여름도 아니고 봄도 아닌 파랗고 따뜻한 계절에 1kg이 되지 않는 작고 검은 몸에 하얀 털을 양말처럼 신고 있는 애기를 만나 우린 가족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너무 좋아했다. 지나가는 길에 묶여있는 강아지를 발견하면 발걸음을 멈춰 머리도 쓰다듬어 보고 코도 만져보며 시간을 보냈다. 귀여운 얼굴에 나보다 작은 몸을 가지고 1미터를 편하게 움직일 수 없는 짧은 목줄에 묶여있지만 처음 보는 나를 핥아주고 꼬리를 흔들어 주는 강아지란 생명을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 시골에 가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형제들보다는 "시고르자브종"이라고 불리는 백구들과 시간을 보냈기에 집에 돌아오는 길은 나를 잘 따랐던 백구 꼬물이들 생각으로 항상 가득 차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엄마에게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 물었지만 강아지에 물린 적도 키운 적도 없지만 왜인지 강아지를 싫어했던 엄마에게서 "안돼"라는 짧고 단호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럴 때면 강아지를 키우자고 어리광도 부리고 투정도 부려봤지만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울 때 들어가는 현실적인 비용들을 늘어놓는 엄마의 "너는 돈도 못 버는데 어떻게 키우려고?"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나의 어리광과 투정은 내 말문이 막힌 채 짧게 끝이 날 뿐이었다.
우리 아이와 가족이 됐던 그날도 나는 "돈도 못 버는데 어떻게 강아지를 키울 거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친구들을 만나 주말을 보내고 있던 내 핸드폰이 정신없이 울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시골을 갔던 누나의 연락이었다. 정신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니 흙바닥을 아장아장 걷고 있는 작은 강아지 사진이 와 있었다. "고모가 강아지 데려다가 키우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나만큼 강아지를 좋아했던 누나의 신이 난 목소리에 나도 덩덜아 신이 났지만 머릿속에는 '엄마는 강아지를 싫어하는데 허락을 해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호들갑을 떤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가도 작고 검은 몸에 귀여운 흰 양말을 신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꼭 가족이 되고 싶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신이 나고 떨리는 목소리로 "돈 들어가는 일 말고는 다 내가 할 테니까 우리 얘 키우면 안 돼?" 물으며 엄마를 설득하려 했다.
어쩐 일인지 강아지를 싫어하는 엄마가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 흥분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떠들었지만 머릿속으로는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짧은 전화를 마무리하고는 아쉬움만 남았다.
그 후로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했다는 연락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들이 강아지를 안고 집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데려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늦어질수록 커지는 기대감은 어쩔 수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쯤이야?'."그래서 강아지랑 같이 오고 있어?" 질문을 쏟아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우리끼리 가고 있어 거의 다 도착했어"였다.
'그럼 그렇지 우리 집이 강아지를 키우다니'
어렸을 때부터 떼를 써봤지만 소용없던 우리 집이었다. 그것도 시골 흙바닥에서 놀던 몸도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는 강아지를 데려오다니 낮에는 전화를 받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확신 아닌 확신까지 자라나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지만 5월의 꿈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실망감에 들어오는 가족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거실에 안아있던 나에게 아빠는 사진으로만 봤던 작고 검은 몸에 귀여운 흰 양말을 신고 있는 아이가 잠들어있는 박스를 나에게 안겨주었다.
아이를 보자마자 실망한 마음은 사라지고 작은 발을 만지고 코를 쓰다듬고 안아주고 싶어졌다.
"애기야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이 아주 낯선 곳이지만 앞으로 우린 가족이야 너도 천천히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줘"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됐다.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었다. 강아지를 싫어하던 엄마도 뭐에 홀린 듯 아이를 데려와 우리는 가족이 됐고 우린 항상 아이가 있는 거실에 모여 앉아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