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게 행복하고 싶은 날을 매일 맞이하며 인테리어 현장으로 출근하는 새벽 내 머리 위로 까마귀가 "까악 까악" 소리를 지르며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사소하게 행복하고 싶은 날 새벽부터 까마귀를 만나다니 오늘 재수 없으려나..'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린 날 운전해서 1시간 반을 달려가야 하는 현장인데 집에서 나오자마자 까마귀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불쑥 안 좋은 생각들만 떠올랐다.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교통사고 사망 소식이 언제 나한테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걱정이 많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면 항상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 찾아올 불행을 걱정하는 내가 하루의 시작을 까마귀와 같이 시작했으니 평소 미신 따위는 믿지 않았지만 장거리 출퇴근과 위험한 공구가 가득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오늘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하루가 돼 있었다.
'조금 늦더라도 안개도 심하고 안전 운전해서 천천히 가야겠다.'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을 설정하며 "운전도 조심 공구도 조심"되뇌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시달리는 나는 매일을 출근길 차 안에서 '배가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초조함에 가늘 길목 화장실이 어딘지 신경 쓰며 도로 위를 달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이상하리만큼 아랫배가 가볍고 매일 느꼈던 초조함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여름날의 뜨거운 공기 보다 아침 안개의 시원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 매일을 돌려 듣던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도 어느 날처럼 지친 나를 위로했고 까마귀 때문에 찾아온 새벽의 불안함과는 반대로 해가 뜨고 차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새벽의 그 기분은 창가에 들어오는 바람 덕분인지 점점 멀리 날아가고 차 없는 도로의 여유 가득함만 남아갔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법 괜찮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까마귀는 길조인가 흉조인가 나라마다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흉조의 이미지가 강하다.
언제부터 누가 까마귀를 흉조라 불렀는지 모르지만 조금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싶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눈을 뜨고 나오자마자 마주친 까마귀는 오래도록 지쳐있는 내게 더 많은 불안감을 줬지만 까마귀가 내 하루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까마귀를 마주친 날은 행복해야지'
까마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나는 까마귀를 마주친 날 행복하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그날도 불행하게 보낸다면 아닌 란 걸 알면서 까마귀를 탓하게 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로 시작된 힘듦이 너를 향한 원망이 되지는 말아야지
그날이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아침에 좋은 기분을 오래 가져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