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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by 북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서 글을 써본다. 최근에 모인 독서동아리에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제법 재미있게 잘 읽었다. 쉽게 잘 쓰여, 술술 읽힐 것 같지만 생소한 'sf소설'이라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sf라는 소재 부분이 책의 호기심을 더욱더 크게 만들어준 훌륭한 재료였지, 책을 못 읽게 하는 장벽은 아니었다. 회원들은 책에 대해 '호의'를 가졌고, 그 호의를 바탕으로 책에 대한 본인들의 감정을 이야기하였다. 호의가 가득한 공간에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내가 꺼낸 말은 "이 책을 읽었을 때 불편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였다. 여억시~ 나는 분위기 깨는 데는 도가 튼 사람이다. 자 그럼 왜 불편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된다. 오히려 반전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도 있다. 한데 본의 아니게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나'다. 이 '나'란 사람은 설명을 잘 못하는 '어버버' 흔히 얘기하는 '백치 아다다형'이다.

"어~어~어... 엉!"

"....", "네....?"

독서동아리에 그 많지 않은 사람들이 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데....'하늘.... 참 파랗구나....' 영혼이 또 육체 이탈함을 느꼈다. 카페 실내에 '무슨 하늘이 보일까?' 하는 의문을 남기면서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로 못다 한 설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답답한 나의 독서동아리 회원들을 위해.... 지금 나는 굉장히 진중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말짱 도루묵이지만 말이다.


불편하다 말한 것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소설에서 주인공에 투영해 그 세상을 바라보고 공감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었다. 작가가 인도하는 감동의 홍수에 빠지고, 자연스런 여운을 느껴야 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각 챕터에서 나는 뭔가 말할 수 없는 희한한 모호성을 계속 경험하고, 또 했다. 감동이 와야 하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을 수 없었고, '응! 여기서 감동해야 하는 건가?' , '그냥 아무 느낌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여성, 차별, 단절.... 뭐가 단절된 거지? 뭐가 이 사람들에게는 억압인가? 여성은 약자의 포지션에 있는 건가? 계속 모호한 것이다. 그래서 그 모호성의 경계를 조금 더 들어가고자 한번 더 읽어보고, 이 책 챕터별로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번을 읽어서야 드디어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설인가 하는 혼란이 있었다. 편지글로 시작하는 이야기이며 편지글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글인데, 2번 보니까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김초엽 작가는 어떻게 이런 소재를 생각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토피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인식을 위해 '시초지'라 부르는 지구로 1년 동안 순례를 떠나는 것이다. 순례를 떠난 사람이 다 돌아오지 않는데 '순례자들은 왜 다 돌아오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으로부터 나중에는 유토피아가 만들어진 이유와 설립자에 관한 이야기까지 흘러가며, 결주인공이 결국 지구로 먼저 순례를 떠난다는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감탄했다.


[스펙트럼]


이 부분은 외계인을 만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특한 점은 여기 나오는 외계인은 죽으면 그 이름을 잇는 외계인이 나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과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데 다른, 다른데 똑같은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이름만 가져가는 것이 아닌 영혼도 가져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호함이 있었다. 여기서 고백하건대 나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연결되는 뭔가가 있는 줄 알았다. 각각 독립된 단편이지만... 정말로 순례자 편을 어떻게 읽었는지.... 2번을 읽어야 할 사람이 됐는가 보다.


[공생가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떤 외계인들이 아이 안에 존재하고, 그들로부터 이타성 등을 배우고 7세를 전후로 떠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기억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외계인과 연관 지어 이야기를 하는데 작가분의 생각이 참 남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의 제목이자 김초엽작가가 공모해서 상을 받은 단편이다. 가족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기마저 잃어가고 죽음으로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예잔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소설에서는 딥프리징의 영향으로 인해 뇌세포가 없어진다고 표현했는데 우리 현실에서 치매가 진행 중인 어르신을 주인공에 겹쳐 생각해 보니 많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다가왔다.


[감성의 물성]


감성의 물성은 감정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성으로 소유할 수 있는 세상을 주소재로 삼아 주인공의 물성에 대한 생각과 연인과의 갈등을 함께 단편소설로 쓴 부분인데, 소재의 독특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섬세한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나의 사고의 결이 달라서 인지 무덤덤했다.


[관내 분실]


이 쳅터는 확실히 내가 남성 독자라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초엽 작가의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는 많이 흥미롭지만 여성의 임신과 그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 산후우울증이라는 특이성을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 마인드를 찾고 그 마인드를 향해 "엄마를 이해해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감동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주인공이 영웅으로 보는 대상을 나는 좋게 보기가 힘이 들다 보니 주인공의 시점과 그에 대한 평에 이질감이 심해 보기가 힘든 챕터였다.


2번 정도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한데 이 소설 묘하게 좋다. 그 묘함을 풀어 우리 회원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의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내가 영혼 가출했다고 한 그때를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생각 외로 말을 잘한 것 같다. 작가의 sf소재에 관해서는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다만 보편적인 몇몇 부분에서는 감정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약간은 아쉬웠다. 물론, 작가지망생인 내가 감히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이렇다 저렇다는 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공감을 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글을 썼다면, 더욱더 훌륭한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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