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곰! 표류기-필리핀 보홀-2일 차 발리카삭 호핑투어1

필리핀 바다에서 표류하는 북곰(헐, 여기는 바다, 아니 클럽인가?!)

by 북곰

1일 차 일정을 끝내고 헤난리조트로 돌아왔다. 2일 차 일정을 위해 노쇠한 북곰과 아내 통순은 일찍 잤다. 평상시 불면증에 시달리는 북곰인데 그날은

"엉?!" 아침이 되었다. 필리핀 시간은 한국 시간보다 정확히 1시간 뒤다. 한국 시간 7시, 필리핀 시간 6시에 깬 나는 서둘러 세안만 한 후, 아내 통순을 깨웠다.

"통순! 동창이 밝았네! 빨리 아침 조식 먹으러 가자구"

"으응~조식~! 가요"

평상시에 깨우면 "꽤액~"하고 화를 내는 통순인데....'조식'이라는 말에 꾸물거리는 것 없이 바로 일어났다. 나와 통순은 어제 먹었던 식당에 가서 여유 있는 식사가 아닌 그냥 빠른 식사를 했다. 이유가 필리핀 여행 중 가장 메인이 되는 '발리카삭 호핑투어'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발리카삭'은 필리핀 보홀 섬 근처에 있는 작은 산호섬의 명칭이며, '거북이가 돌아오는 섬'이라는 뜻도 있다. 실제 바다거북이 서식지라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호핑'은 영어 hop(깡충깡충 뛰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에 ing가 붙은 단어이며 여러 섬을 배로 이동하며 하나씩 즐기는 투어를 말한다. 내가 여기서 설명하는 이유는 '발라카삭 호핑'이 뭔 뜻인지 잘 몰라서 '스노클링인가?' 등등 정식 명칭을 유사 엉뚱 명칭으로 이야기하다 통순에게 '무식하다.' 지적당해서 그런 부분도 있다. 어쨌든 아침조식을 빠르게 3 접시 먹고, 어제 캐리어에 곱게 접어둔 수영복을 갈아입은 채 헤난리조트 밖에서 대기했다. 헤난리조트에서 픽업되는 그룹은 우리를 제외하고도 1 가족이 있었다. 부부와 초등고학년으로 보이는 딸이었다. 픽업차량에 타고, 우리 리조트 말고도 여러 리조트를 돌며 2그룹 더 가족을 받았던 것 같다. 해변에 도착해서 여러 무리의 사람을 봤다. 내가 탄 픽업차 말고도 그런 차가 여러 대 있었던 것 같다. 이국 해변의 풍경을 보며 설렐 만도 한데,

"통순 나 화장실이 급하네!"

"저기 저 직원에게 화장실 물어봐요. 어디 가나 귀찮게 하는구만"

자기가 해결해 줄 것도 아니면서 나에게 뭐라 뭐라 하는 통순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직원에게 "토일렛 토일렛!" 이야기했는데, 친절한 대답이 올 줄 알았지만, 난감한 표정으로 '여기는 화장실이 없어요.'라는 말을 내 느낌으로 들었다. 아무 데나, 안 보이는 곳 가서 시원하게 "콸콸콸!"하고 싶었지만 문화인인 북곰은 '꾸웅'하며 참았다. 사람이 모이고, 시간이 되니 멀리 조그마한 배가 보였다. 직원들이 바다로 우리를 인솔하였다. 깊지 않은 바닷가 물에 걸어 들어가니 차갑던 물이 나중엔 따뜻하게 느껴졌다. 조그마한 배에 올라타고 더 넓은 바다로 가니 큰 배가 두둥실 떠있었다. 그 배에 옮겨타니 한층 맘이 놓였고, 난 급하게 배에 있는 조그마한 화장실을 이용했다. 특이한 게 변기 커버가 없었다. '헐 여자들이 이용할 때 힘들겠구만....' 시원하게 "콸콸콸"하고 싶었지만 흔들리는 배에서 자세 잡기가 힘들다. "졸졸~졸"했다.

'몇 년만 젊었어도 콸콸콸인데.... 흑흑' 양둥이 물을 떠 바가지로 깨끗이 처리하고, 통순 곁으로 갔다.

"자네 얼굴이 환해졌구만.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새끼가 아녔네...."

"껄껄껄! 나는 육체의 구속에서 해방됐네."

옮겨 탄 큰 배에는 아이스박스가 여럿 있었고, 그 안에는 산미구엘 맥주, 콜라, 환타, 그리고 과자 등등 여러 간식이 있었다. '무제한 간식'이었기에 나는 행복하게 맥주부터 시작해서 콜라, 환타 등등을 잔뜩 마셨다. 아! 맞다. 내가 화장실이 급해서 지금껏 인지 못했던, 아니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아내 통순이 내가 햇볕에 타는 게 싫어 구매해 준 녹색 반바지, 검은색 상의 수영복은 검은색 레깅스가 달려있었다. 손목부터 발목까지 햇볕으로부터 날 보호해 줬지만 하나의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 수영복을 호핑투어 배 직원이 다 입고 있었다. 앞모습이야 토종 중년인의 모습이지만, 뒷모습은 영락없는 필리핀 직원 모습이었다. 내가 처음 해변에 나타났을 때부터, 배에 올라타서 첫 만난 모든 직원들의 황당한 '어?... 어....' 하는 표정에 통순이 얼마나 쳐 웃었는지.... 눈물까지 흘렸다. 햇볕 보호는 해줬지만.... 사람들 시선 보호는 해주지 못했다. 직원들 당황스러움에 나조차 당혹스러웠다. 이에, 얼굴도 익힐 겸(나는 직원이 아니다. 기억해라.) 내 딴에는 자주 돌아다니며 맥주도 마시고, 음료도 마시고 분주하게 돌아다닌 셈이다. (공짜라서 그런 것 아니다.)


배가 한참을 더 갔다. 맥주, 음료, 달디 단 바나나, 향긋하고 부드러운 망고, 시원한 바람, 하얗게 갈라지며 만들어지는 파문,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 구름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연무. 흠뻑 취한 나에게 지루함은 없었다. 그저, 신나고 몽환적이고 몸과 맘이 두둥실 하늘로 바다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Oh(오)!!"

배 가장 선두에 앉아있던 직원의 정적 찢는 소리에 반개 눈이 번쩍 떠졌다. 나는 보았다. 2마리 돌고래의 지느러미를. 비가 내려 파도가 살짝, 살짝 높게 치는 날이었다. 뱃멀미로 조용히 옆사람에게 기대 자는 이들도 있었고, 조용히 바다만 보며 명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돌고래를 본 것이었다. 돌고래는 금방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직원 소리에 반응을 한 사람은 나 외에는 없었다. 직원도 아쉬운 듯 동료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도 더 이상 돌고래는 볼 수 없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지루함이 올라갈 때, 갑자기 직원들이 갑판 가운데로 모였다. 그러자 흥겨운 음악이 쏟아졌다. 나도 아는 유명 한국 댄스 노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지드래곤, 자자, 코요테, 쿨, 룰라 등등 조용한 바다가, 파도소리만 있던 바다가 갑자기 흥겨운 클럽이 돼버렸다. 직원들이 흥겹게 소리치며 군무를 추고, 앉아있는 관객들도 그에 맞춰 호응하니 나 같은 조용한 수줍음 많은 북곰은 놀라고 말았다. 직원들이 관객들 하나씩, 하나씩 데리고 나와 춤을 추는데 '으억~'나는 긴장에 힘이 풀렸다.

'나는 안 되는데.... 부끄럼 많은 중년 아저씨인데...." 불안, 초조가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왠지 느낌이 나와 통순일 것 같았을 때....

'왕년에 놀았다.' 통순이 깍지 낀 손을 머리 뒤통수에 장착하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머리를 흔들며 '쿵쿵' 앞으로 다가갔다. 통순의 무거운 몸짓에 분위기가 확 올라갔고, 우리랑 짝을 이룰 직원은 수줍어 도망쳤다. 통순은 관객과 직원 호응에 힘입어 1분 가까이 신나게 몸을 흔들고 내 옆에 앉았다.

'헐 참말로 무서운 친구구만....'

엄청 즐거워하고 신나는 통순에게 젊잖은 나도 신나게 호응했던 것 같다. 높은 수양의 경지를 보이면 뭐 하나.... 옛 중국고서에 '한국인들은 예부터 흥이 있고, 놀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듯이 우리는 하나 되어 신나게 댄스 릴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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