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곰! 표류기-필리핀 보홀-2일 차 발리카삭 호핑투어2

필리핀 바다에서 표류하는 북곰(앗 거북이가 쳤다.)

by 북곰

발리카삭 호핑투어 배안에서 신나게 춤추고, 뱃머리에서 사진 찍고, 맥주도 마시며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배가 멈췄다. 직원들은 우리에게 물안경, 스노클(물 밖으로 나온 호스를 통해 공기를 마시고 물에 뜬 채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호흡기), 오리발을 나눠줬다. 더 중요한 구명조끼는 배에 처음 탈 때 받아서 이미 착실하게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다.(북곰! 오래 살아야 한다.) 물안경을 깨끗하게 알코올로 세척해 주고, 스노클링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나는 예전에 스노클링을 했기 때문에 바닷속에서 호흡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오빠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요."

"통순 스노클링이 쉽지가 않네. 호흡을 잘 못 쉬어가지고, 힘들어."

"어제 나 수영하는 것 봤잖아요. 오빠야 몸치라서 그렇지. 나는 금방 적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 직원이 각자 전담해 준다고 하는데 뭐가 힘들어요."

나는 그저 말없이 아내 통순을 봤다. 뭐라 할 수도 없고, 자신만만한 모습에 콧김을 흥흥! 내쉬는데.... 그 자신감이 오래가기만을 바랬다. 바닷물 먹고 정신없이 토하며 반성할 돼지를 얘기하고 싶었지만.... 꾹~참았다.


직원이 호흡기 사용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그 설명에 맞춰 나는 호흡기를 문 채 열심히 호흡을 해봤다. 불편한 감각이 있었지만, 그래도 공기가 있는 선상 위에서 하는 것과 바닷속에서 하는 것은 다르다. '제발 잘했으면 좋겠다.' 불안감과 바닷속 풍경이 거북이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호기심이 반반이었다. 그러다가 직원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바닷속에는 거북이가 있습니다. 거북이는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그때, 절대 거북이를 건들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거북이 잡거나 건들면 벌금이 필리핀 화폐로 2만 페소예요. 절대 거북이 건들면 안 됩니다."

파충류와 사람의 체온은 다르다. 나 같이 상식이 풍부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곰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이윽고 앞 조부터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관광객 2명 당 직원 1명이 붙었다. 나와 통순을 담당하는 우리 조 직원은 수줍음은 많지만(통순이 다가가 춤출 때마다 도망갔다.) 가장 전문적으로 보인 젊은 친구(몸매가 날씬하고 누가 봐도 운동한 몸매)였다. 줄이 연결된 튜브를 들고 바닷속에 들어가서 나와 통순을 기다렸다. 내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고, 통순도 그다음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리발을 찬 상태이기에 쉬운 사다리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가 수면 아래 발 디딜 지점을 못 봐 그만 무릎을 세게 사다리에 부딪쳤다.

"윽"

순간 아픔이 몰려왔고, 무릎에 생채기가 생겼다. 내색도 못하고(물안경과 호흡기를 입에 물고 있는 상태) 아픔을 참으며 직원이 건넨 줄이 연결된 튜브를 잡았다. 통순에게 사다리 내려올 때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고자 했는데, 통순은 잘 내려왔다. 나만 바보같이 시작도 전에 다친 거였다. 이 글을 읽는 훌륭한 독자분들은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줄을 잡고 자맥질하며 앞으로 앞으로 움직일 때 그 튜브를 잡고 있는 나와 통순도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 설명에 따르면 직원이 튜브를 몰고 앞으로 나아갈 때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호흡기를 통해 호흡하며, 바닷속 풍경을 보라. 그럼 바다밑에 쉬고 있는 거북이들이 보일 거라고 했다. 크게 숨을 쉬고 호흡기를 입에 장착한 채 머리를 바닷속으로 집어넣고, 수면 밑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환상의 풍경이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야는 흐렸고, 호흡을 하려고 '스읍' 했는데 공기는 안 들어오고, 짠 바닷물이 입과 호흡기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어푸어푸! 으억!"

수면 위로 머리를 쳐들고 호흡기를 뗀 채 들이마신 짠물을 어떡하든 게워보려고 했다. 갑자기 옆에서

"꽥~~!"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아내 통순이 긴급하게 나타났다. 크게 소리 지른 아내 통순은 급하게 수경도 벗고, 호흡기도 떼고, 우리 가이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난 도저히 못하겠어요. 배위로 올라갈게요."

말릴 틈새도 없이 금세, 날쌔게 수면 위로 쓱~ 몸을 띄우더니 사다리를 타고, 선상 위로 올라가 버렸다. 그런 후 선상에서 날 보고,

"오빠 돈 아까우니까.... 오빠는 내 몫까지 열심히 하세요."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와, 가이드 둘 다 뻥찐 모습으로 잠깐 서로를 봤다. 그러다 가이드가 손짓을 앞으로 하길래, 나는 'ok' 손짓을 한 후 보무도 당당하게 물칼퀴를 챘다. 처음 실수는 했지만, 아내 통순마저 사라져 버린 시점에서 어 떡하든 나만이라도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과 마음에 흘러들었다. 세속적 욕망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수경과 호흡기에서 물을 빼고, 그리고 아까보다 더 과감하게 머리를 수면밑으로 담갔다. 그리고 호흡을 시작했다. "쓰읍! 쓰읍! 쓰읍....더 천천히 쓰읍!"

됐다! 바닷물에 머리를 담근 채 호흡이 되는것이다. 호흡이 된다면 그 다음엔 바로 환상의 바닷속 풍경이다. 물은 투명했으며, 햇빛에 반사된 빛이 너울 너울 위아래로 춤을 추고 있었다. 빛과 물이 만든 하모니속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나는 보왔다. 바닥에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거북이 였다. 조금 멀어서 작게 보일 수 있지만 분명 큰 거북이다. 놀라서 수면위로 고개를 쳐 드니, 내 가이드가 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는것이었다. 나는 다시 맘을 잡고, 바다속으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 '거북이가 맞다.' 그것도 한두마리가 아니었다. 2마리, 3마리 거북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붉은색인듯, 갈색인듯 바위 위에 산호가 있었고, 형형색색의 이쁜 조그마한 '니모와 친구 물고기'들이 빠르게 왔다갔다 했다. 물결이 그러했는지 계속 움직이는 거북이와 모든 것들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래 물속에는 고프로(극한 환경에서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액션캠)를 장착한 직원들이 수면위에 깔짝,깔짝되고 있는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는 힘차게 손을 흔들어 줬다. 손만 흔들면 좋은데 살짝 입을 벌린것 같다. 짠 바닷물이 들어왔지만 이미 적응한 북곰이다. 호흡과 함께 물이 오고 가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갑자기 줄이 당겨지는 기분이었다. 얼른 머리를 수면밖으로 올리고, 직원을 봤다. 직원이 뭔가 다급하게 내 옆을 가리켰다.

'응?'

고개를 돌렸는데....놀라지마라. 바로 내 옆에 머리를 쑥 내민 거북이가 있었다. 거북이는 무심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으억 이럴수가....바로 옆에 거북이가 있다니....' 무심코 손으로 거북이를 쓰다듬을 뻔했다.

'아차, 안돼 벌금 2만페소.'

호흡을 다했는지....거북이는 날 다시 한번 슥 쳐다보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내 가이드가 "굿굿!"하며 엄지척을 해줬다. 나도 따라서 '엄치척'을 했다. 호흡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니 한정된 면 만을 보는게 아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봤다. 가이드에게 이끌려 여기저기 다니는 관광객을 봤고, 수영에 자신있는 어떤 여성분(우리 배 관광객은 아니었다.)이 위, 아래, 바닷속에서 몸을 회전 하며 수영하는것을 봤다. '헐 참말로 인어구만....' 정신없이 잘 보고 있는데, 누가 "자식아! 정신차려"하고 머리를 때렸다.

'으억! 통순에게 걸렸구나.' 했는데....헐....거북이가 날 건들고 간 것이었다. 내 가이드는 "그레이트! 그레이트!" 외쳤고....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거북이가 사람을 치다니. 순간 '벌금 2만페소'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에게 "디스 이즈 어 페널티?(이것 벌금인가? 나 돈 없는데. 당신도 보지 않았나. 거북이가 나 치고 간걸....나는 전혀 고의가 없었다. 이건 사고다. 만약 이걸로 벌금내라고 하면 나는 못 낸다. 흑흑)" 단 한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뜻이 있었다. 이런 내맘을 알았는지 가이드는 웃으며 "노프라블럼!" 해줬다.

'캬~참말로 센스있는 가이드다.' 가이드에게 정말 많이 감사하며, 함께 여기, 저기를 누볐다. 거북이를 봐도봐도, 신기했다. 주변 관광객들과도 살작쿵 부딪치기도 하고, 이 포인트에 있는 배는 우리 배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러다 갑작 큰 배를 봤는데....'와 무슨 여자들이 전부다 비키니야....' 눈이 휘둥그레 질만한 배도 있었다. 바다위도 계속 보고 싶었는데 우리 통순이가 가이드를 교육시켰는지 보지도 못하고 다른 수면으로 질질 끌려갔다. 내 가이드는 친절하게 바닷속 풍경만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것 같다. 자기가 아는 포인트로 계속 여기저기 데려가는데....어느새 나는 녹초가 됐다. 가이드에게 "레스트. 레스트. 아이 니드 어 레스트!(휴식, 휴식, 나 죽겄다.)" 외쳤고, 드뎌 가이드가 날 우리 배로 데려다줬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풀이 죽어, 기운없을 통순을 찾았다. '자신만만했다가, 중도에 포기해 어디서 우는것 아냐....' 걱정되는 맘에 통순을 찾았는데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통순이 없었다. '헐 어디갔지?' 여기저기 둘러보는데....저기 뚱뚱한 누군가가 큰 냄비에 허리를 숙이고 라면을 건져내고 있었다. 통순이였다. 기대와는 달리 통순은 이것저것 신나게 먹고, 또 먹을 라면을 건지고 있었다.

"어머 오빠 올라왔어용. 오빠가 제일 늦게 왔네요. 빨리 라면 먹어용. 여기 라면 맛있어요."

"아니 나는 힘들게 거북이 보러 다녔는데....자넨 여기서 음식만 먹고 있었던 거야."

"여기 직원이 라면을 어찌나 맛있게 끊이던지 오빠도 빨리 먹어요."

풀이 죽어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것 전혀없이 누가 빼어먹을 까 부리나케 라면을 먹고 있는 통순이 였다. 그것을 보니 내가 기운이 더 빠졌다.

"자네를 걱정한 내가 바보구만....어! 이 라면 정말 맛있네!"

한젓가락 먹은 라면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 무슨 라면이 이렇게 맛있어."

"내 말이 맞죠. 여기 라면 정말 맛있게 잘 끊이네요."

통순 때문에 기운이 빠졌는데 나도 모르게 라면을 흡입했다. 나뿐만아니라 거북이 투어를 마친 모든 사람들이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라면 뿐만아니라 시원한 망고, 바나나, 맥주, 콜라, 환타가 있어가지고 마치 선상파티가 다시 시작된 기분이었다. 나는 라면을 맘껏먹고 과일도 먹고, 맥주도 마시다보니 '세월아~네월아'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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