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곰! 표류기-일상으로 표류 2

하루는 작지만 울림이 있다.

by 북곰

일요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북곰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자 했으나, 머릿속 수많은 잡념들이 북곰의 잠을 멈추게 했다. 새벽. 베란다에 홀로 앉아 고요한 바깥세상을 봤다. 모두가 잠든 그 조용한 곳에 잠 못 이루는 곰 한 마리가 있다. 인류의 상상력은 찬란한 문명을 만들 만큼 대단하지만, 외로이 잠 못들게 만드는 상상력은 조약하다. 어떤 움직임 없이 외부 풍경을 바라보지만, 머릿속엔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로 서사가 쌓여갔다. 혼란한 북곰은 거실 소파에 앉아 보고, 침대에 누워 보고 하다, 자신이 잠든 것조차 인지 못한 채 '드르렁' 크게 코를 곤다.


귀를 찢는 알람소리!

"으억!" 한줄기 놀란 비명소리와 함께 북곰은 깼다. 허둥지둥 이부자리를 개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밤사이 쌓인 물 한줄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아침식사는 거른 지 오래전이다. 기계적으로 양치질을 하고, 유튜브를 통해 아침뉴스를 듣는다. 곰 냄새로 가득한 잠옷을 허물 벗듯이 벗고, 출근 복을 입는다. 차를 운전하고 직장으로 갔다. 처음 조용했던 그곳은 어느새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로 소음이 가득하다. 쌓여있는 서류를 못 본 척, 커피를 들이키며 여유를 흉내 낸다. 혹 사람이 인사라도 할 것 같으면 짧게 목례하고 최대한 몸을 구부려 높게 올린 모니터 밖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둘 업무를 처리한다. 오전 내내 처리 한 업무가 절반으로 줄어들 때쯤 점심시간이 된다. 혼자 먹던 점심에 한 명이 생겼다. 동료와 함께 그저 생존을 위한 점심을 먹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남은 업무를 마저 처리한다. 오후가 다되고 쌓인 업무 위로 조금 더 새로이 쌓인 업무마저 아슬아슬하게 끝낸다. '오늘은 반드시 정시에 퇴근하리라.' 매일 회사 초입에서 외치는 각오를 가까스로 지켰다. 느릿느릿한 곰은 '앗'하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차로 달려갔다. 차문이 닫히고 시동이 켜지고 차량이 움직였을 때 '휴우~' 절로 큰 한숨이 나왔다. 집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문을 열었을 때, 드디어 진정 북곰의 삶이 시작된다.


"오늘은 별일 없었다. 다행이다. 껄껄껄" 기쁨의 웃음소리를 한번 내주고, 후다닥! 옷을 환복 하고, 아침에 벗어놓은 곰 잠옷을 입는다. 화장실에서 발을 깨끗이 씻고 저녁밥을 준비한다. 여행 갔다 오고 처음 지어보는 밥이다. 밥이 지어졌을 때, 냉장고에 있던 명절 스팸 하나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프라이팬에 굽는다. 그냥 굽는 것만 한다. 스팸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김치, 깻잎을 탁자에 두었다. 갓 지어진 밥은 그대로도 맛있다. 밥 한술에 스팸, 김치, 깻잎이 다 들어간다. 한 공기를 다 먹고 급히 상을 치운다. 저녁보다는 휴식이 최고다. 아무 생각없이 뉴스를 보다 광고가 길어질 때쯤이면 유튜브를 본다. 오늘은 재미가 없다. 일상은 언제나 이렇다. 내일은 조금 더 재미있는 일상을 '저녁 식사 후에는 다시 러닝을 해볼까.' 하나 더 추가한다면 '러닝 후 못 다 읽은 책을 필사하면서 읽어보리라.' 내일 저녁이 기다려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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