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성장기 - 새벽 4시, 아빠는 왜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가
오늘도 알람은 새벽 4시에 울린다.
알람을 멈추지 않으면 새벽 5시에 다시 울린다.
알람을 멈추지 않으면 새벽 6시 10분에 또 울린다.
휴대폰 시계는 정확하게 울리고 그 알람은 안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가족을 깨운다.
그중에서도 나만 깨운다. 주방 테이블에서 '지징잉~~~'하며 진동과 함께 울리는 알람을 누가 좋아할까..
오늘도 알람은 새벽 4시에 나를 일으켰다.
우리 가족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신혼 생활하면서 첫째를 한방에서 키웠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 안방 역할을 하는 방 한 개 복도식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첫째, 둘째를 한방에서 재웠다.
4명이서 나누어 잘 공간도 없었지만 여태까지 계속 안방에서 같이 자고 일어났다.
누가 먼저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고.. 하지만 잘 때는 항상 같이 누워서 잠이 들었다. 누군가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TV를 보고 있거나, 책을 보기 위해 나가 있기라도 하면 아이들을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아서였다.
항상 잠을 같은 공간에서 자고 있다는 것, 내 옆에 가족과 함께 누워 하루를 정리하는 것..
하루를 밤 9시 전후로 정리한다는 건 정말 끔찍하지만 아이들의 피곤함을 괜히 부모의 소소한 일거리로 미루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함께 잠이 들곤 한다.
아이들은 잠에 드는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30분, 아니면 1시간 정말 누워있다가 책 읽어줬다가, 불을 켜고 끄고, 토닥토닥했다가 일어나서 물먹었다가, 간지럼을 태우다가, 화딱지가 나서 이제 그만 자!라고 소리 질러야 아이들은 그제야 잠을 잔다.
아빠는 너희들 재우고 나가서 TV 볼 거야, 인터넷 쇼핑도 할 거고, 어제 먹다만 치킨도 데워먹을 거고, 뒹굴뒹굴 좀 쉬다가 잘꺼야................이게 생각인지 꿈에 나오는 건지........ 무얼 하고 싶지도 않은 피곤함에 잠이 든다.
첫째와 둘째, 아이 둘이 생기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난 부모가 변화해야 한다고 어느 순간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직장의 일이 나에게 좋고 나쁘다, 힘들다, 피곤하다, 만족하다를 떠나서 부모도 성장을 위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성장하고 올바른 변화를 위해서 아이들이 옭고그름의 생각을 부모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더욱이 느린 둘째를 보면 우리 부모가 바라봤을 때 둘째가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고 천천히 간다면 부모가 얼른 성장해서 둘째를 조금이라도 더 잘 케어하는 게 가만히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아빠인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 까...?
그날 이후로 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유튜브로 4시 반에 기상하는 유투버의 동영상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자극이 많이 되었다. 내가 있는 환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내가 아이들 및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새벽 4시는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다. 출근시간이 빨라 2시간여 밖에 없지만 난 제2외국어 공부도 하고, 언어치료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고 있고, 부동산에도 흥미가 있어 편하게 검색도 할 수 있고, 핸드드립을 내려마시는 커피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주말에는 운동도 하기도 하고, 멜론 피아노 음악들 들으면서 새벽 해가 뜨는 것도 바라보기도 했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었지만 술을 안 먹게 되고 일찍 자는 습관이 되니, 알람을 듣고 알람을 끄고 내 방으로 가게 된다.
더 나은 환경과 더 좋은 마음가짐의 자세로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다. 늦은 나이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아이들에게 잘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거나, 전문지식을 갖추고 아이들을 케어한다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고 싶다. 그러면 첫째도 아빠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게 다를 거고, 느린 둘째도 아빠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목표를 몇 가지 잡았다. 잘 될지는 아직도 걱정이다. 그러나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