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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9

우여곡절 성장기 - 아이의 웃음을 계속 볼 수만 있다면 나가라

by 포야와 소삼이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를 보내야 한다.

내 마음속의 긴장,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빨리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나를 재촉한다. 우리는 어디 가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나의 우유부단함이 여기서도 나오는 걸까. 검색도 하기 싫고, 그냥 공원이나 가야 할까. 나가서 배고프다고 하면 어쩌지, 물, 기저귀, 물티슈 등 가져갈 것도 많다.


나 혼자 외출하는 게 아니다. 지갑 하나 들고 백화점이나 영화관 가는 게 아니다. 이젠 그런 생활을 접은 지 오래되었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안 간 지 수년이 지났다. 올해는 마트도 가본 적이 없다. 어딜 가든 아이들 생각을 안 할 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 될만한 공공의 장소도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공원, 동물원, 숲 체험관, 바닷가 등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호기심이 가득한 곳. 그렇지만 나에게는 정말 재미요소보다도 아이들 숙제해주는 아빠의 업무처리 같은 일정이었다.


아이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게 하지 않는다. 1명이면 모르겠으나 2명의 아이는 식당을 헤집고 다닐 정도의 산만함과 주변 경계 없는 그 육성은 정말 우리 부부를 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내가 밥을 맘 편이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짜증이 올라오는 곳이 식당으로, 만능 휴대폰으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백화점에 가면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는 줄 안다. 옷가게 매장 등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니면서 찾아봐라 하듯이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소리 지르면서 둘이 함께하기 때문에 금방 들키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목에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 이해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강제로 끌고 가는 무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의 웃음을 계속 볼 수만 있으면 난 오늘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새로운 곳도 경험하고, 손으로 만져도 보고, 더러워지거나 물에 흠뻑 젖어도 아이들이 즐겁다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면 놔두어야 한다. 많은 생각도 필요 없고, 어려워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과 마음이 같다면 나도 즐겁다.


막상 나와보면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곤히 자는 애들을 보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잃은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잘 보냈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 참 좋았다. 내가 웃는 것보다도 이젠 아이가 웃는 게 더 즐겁다. 내가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도 아이가 맛있게 먹고 잘 먹었어요 말을 듣는 게 더 즐겁다. 난 갔던 곳을 다시 가는걸 제일 싫어하지만 아이들의 또 가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의외로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는 내 모습을 감출 수 없다. 그렇게 내 하루를 아이의 행복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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