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성장기 - 아빠 혼자 아이 돌보기
덜컥 겁부터 난다.
'나 오후에 약속 있어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 좀 하고 올게. '
난 안 괜찮은데 아내는 이미 가겠다고 한 터라 툭 하고 내게 말을 건넨다.
'아... 나도 좀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 꼭 가야 하는 모임이야? '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아내는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모임이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얼마든지 쉴 수 있고, 친구들, 지인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은 거 100% 이해하지만 아내가 떠나는 몇 시간이 난 아직도 두렵다.
솔직히 내가 쉬지 못하는 게 더 크다. 주말에는 낮잠도 조금 자고 싶다. 혼자 휴대폰으로 유튜브도 보고 싶고, 집에서 좀 지내고 싶은데 아이를 봐야 하다니... 평일에 그렇게 일해서 주말에 좀 늦게 일어나서 쉬면서 천천히 보내려고 했는데 애들 밥도 해줘야 하고, 놀이터도 데려가야 하고, 목욕도 씻겨야 하다니.... 내 황금 같은 주말 그 몇 시간을 이렇게 날려야 하다니...
아쉬움이 크다.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 어젯밤 TV라도 실컷 보고 잘걸.. 밥 먹고 멍하게 있는데 아내는 옷을 입더니 금세 나갈 채비를 한다. 설거지도 해야 되는구나.. 여기서 싫은 소리 했다가는 말다툼 일어나니 조심해야 한다.
"잘 다녀와. 오랜만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늦지 않게만 와"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만 생각하다고 느꼈던 건 둘째를 내가 처음 돌보기 시작하면서 였다. 둘째는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었으며, 옆에서 계속 잘할 수 있게 말해줘도 실수를 많이 한다. 수시로 밥 달라고 말하고, 제일 좋아하는 딸기를 매일 씻어서 조금씩 주어야 한다. 놀이터 나가려면 옷도 꺼내서 입혀줘야 하고, 놀이터에서는 체력을 소진하기 위해 졸려 죽겠는데 달리고 달려서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목욕을 시켜주고, 저녁밥을 위해 아빠의 간편식 볶음밥 및 짜장라면을 준비해야 한다. 책을 읽어주다가 내가 먼저 졸려서 하품하기 일쑤며, 그냥 놔두면 집안을 다 뒤 업고 뛰어다니기 때문에 의자에 앉을 수도 없이 따라다닌다. 그러다 잘 시간이 되면 자야 되는데 엄마가 안 왔다고 기다린다고 안 자고 버티면 아빠의 육퇴마저도 없다.
정작 이기적인 사람은 나였다. 참으로 이해심과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평범한 가정을 잘 꾸려나가려는 마음뿐이었지 내가 그 가정을 꾸려나갈 생각은 하지 않다. 내가 정말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면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고 케어해줘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아내의 집으로 오고 있다는 문자를 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