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곤히 자는 이 바닥은 따뜻한데
이불 밖 얼굴 코끝에서 느끼는 공기는 차다
아이의 손발은 따스한데
이불 밖으로 내민 내 발가락 끝은 차갑게 식어간다
창 밖 아파트 불빛이 조금씩 켜질 무렵
딱딱한 방바닥이 내 허리를 콕콕 찌르더니
몸 덩이를 비틀며 일어나라 한다
내 몸이 찬 공기를 맞이하는 새벽에는
친구, 대화, 소리, 책이 없다
나의 눈과 귀와 손이 없는 이 시간에
오로지 생각과 느낌만이 있을 뿐
일어나라는 찰나
다시금 따뜻함으로 나를 속이려 하고
아늑함으로 몸을 구부리게 한다
베란다 앞의 담배 한 대가 그리웠을까
건물 사이로 비추는 해가 무서웠을까
눈은 감고 몸을 일으켜 앉아 글을 쓴다
아이는 자고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