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괴물
하루에도 몇 번씩 메리 크리스마스로 인사하고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잠들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다.
선물은 받아서 기분은 좋은데 누구에게 자랑할 사람도 없고
몹시 추워서 나가지도 말란다.
이번 주는 코로나 검사로 집콕을 한 터라
학교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고
학원도 하루밖에 안 나가서 배운 것도 다 까먹었다.
동생은 TV 리모컨을 붙잡고 놔주질 않고
난 엄마랑 선물 받은 미니어처 집 꾸미기를 하는데
혼자서 할 수 없다고 도와달랬더니
개봉하는 순간 잡다구리 부속이 수십 개가 나오면서,
'잘못 샀네' 하시고는 설명서만 한참 들여다본다.(산타가 엄마였나?)
추운 날씨에 창문마다 이슬이 맺혀 닦고 계시는 엄마
동생 귤까주는 아빠
나는 아침밥으로 미역국 다 먹고 칭찬스티커 1장 받았는데
엄마랑 만들기 같이하자고 할까
아빠랑 괴물 놀이하자고 할까 생각 중이다.
첫째 딸 선물을 못 샀다.
고민 고민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날까지 왔다.
코로나 검사받고 집콕하느라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매번 받고 싶은 선물이 달라서 무엇을 사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랑 이야기하다가 쿠 O에서 로켓 배송으로 좀 시켜 보자고 했다.
동심은 깨지 말자고, 선물은 주긴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다급히 쿠 O 장바구니에 담은 걸 보여주고
일괄 결재했다.
주말마다 가려는 자연휴양림을 포기하고
아이들 선물을 사주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
왔다는 문자와 함께 아이들을 목욕하자고 불러서 씻기는 동안
선물들을 거실에 쌓아두고, 크리스마스 작은 트리 옆으로 옮겨놓고
아는지 모르는지 나오자마자 아이들은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연신 감사하다며 절은 왜 하는지
선물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했는데 이번 한 해도 잘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오늘은 좀 자려고 하는데 심심하다고 아침부터 난리다.
조용한 성격들이 아니라서 몸으로 하는 놀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둘째도 제법 같이 하려고 달려든다
나는 항상 집에 오면 괴물이 된다.
남들은 착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항상 괴물이라고 하며 도망 다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옷장에 숨고 찾고, 간지럽히고, 한바탕 소동이 난다.
다들 집에 괴물은 한 명씩 있을 거 같다.
허리와 목, 어깨를 주무르며 병원 예약을 한다. 이제는 좀 다녀야겠다 ^^
모두가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였길 바란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