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5

우여곡절 성장기

by 포야와 소삼이

휴가(연차)는 쉬라고 쓰는게 아닌가..?


둘째의 병원을 가는 횟수가 늘어간다. 30대 중반의 직장생활이지만 이직도 하고 재직년수가 얼마 안되서 1년에 연차도 별로 없는데 휴가를 내야하는 상황이 종종 생겼다. 업무특성상 주말출근도 제법있었고, 부서에서 막내의 일을 하다보니 꼭 필요하거나 해외여행(나중에 쓰겠지만 꼭 필요하다) 때에만 연가를 신청했는데 이젠 병원을 데리고 가는일이 많아졌다.


한달에 한두번정도는 갔던거 같다. 목적은 한가지이지만 담당과가 다른경우 일정에 다르게 잡히기 때문에 재활의학과, 소아정신과, x-ray찍는곳 등 여러차례 병원을 방문하였다. 주로 아내가 일정을 잡아 알려주고 내가 그 날짜에 반가(오전, 오후) 또는 하루 연차를 내고 동행하였다. 우리부부는 첫째도 케어를 해야하기 때문에 둘이 다 있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많았다.


연차가 너무 아까웠다. 내 소중한 연차를 쉬지도 못하는 일에 쓰게 되다니.. 다들 잘 쉬라고, 잘 다녀오라고 하였지만 난 쉴수있는 날이 아니었다. 병원에 가서 그동안 둘째의 상태를 관찰한 행동을 설명하고,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심적으로는 굉장히 무거운 날이 내 휴가날이었다. 그사이 둘째는 좋아지지는 않았다.


육아는 아내의 몫? 절대 아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아이 둘 데리고 병원한번 가보면 딱 알수 있다. 진료는 아픈 아이만 보는데 다른 한 아이는 어쩔수 없이 데려와야하고 가만히 있질 않는 애들을 데리고 약국까지 가고, 차에 둘다 태워서 집에오는 시간이 이렇게 감사한줄 몰랐다. 난 병원을 가는 날이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렇게 연가를 써가면서 병원을 가고 내 연가는 거의 사라졌지만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에 꼭 같이갔다.


육아는 아이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함께 공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째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었고, 아내 혼자서도 케어하기 힘든 돌발적인 행동도 나오는 아이이기 때문에 일하면서도 전화받고 달려나가고 한적이 있었지만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정도로 모든걸 공유했다. 병원뿐만아니라 동사무소,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원 내가 쉬는날 할수있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던거 같다. 물론 병원가면서, 병원에서 회사에서 연락도 많이오고, 처리해야할 것, 확인해야했던 것들을 전화로 처리하고 했지만 중요한건 가족이었고, 막상 하루이틀 내 업무가 미뤄져도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심하면 한소리 들을 각오(?)하고 또는 다음날 야근할 생각하고 나왔다.


생각보다 아내의 일이 많고 안쓰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나의 아내는 아이에 엄마이기도 하지만 나의 평생 동반자로 내가 사랑한 사람인데 보호자라고 혼자 병원가서 온갖 병명을 들어가며 좋은 얘기 하나도 못들을 바에 내가 듣는게 낫다는 생각이었고, 이래저래 아이들에 대해 많이 알고, 어떤 상태의 아이인지 아빠인 나보다도 훨씬 설명도 잘하고 하겠지만 잘 알게 된다는 것이 점차 미래에는 호전되지 않는 불안감만 더 생길 것 같아서 앞으로의 심리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해주면서 아이의 발음과 인지능력이 향상되도록 해주어야 되는데 병원에서는 현재 아이의 상태에서의 진단이었기 때문에 다녀오면 한숨뿐이었다.


육아는 아이를 바르게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에 대한 태도도 중요하다. 나는 결코 좋은 아빠나 좋은 남편은 아니다. 회사 다녀오면 집에서 쉬고싶어는 남편과 하루종일 애들에 치여 남편이 빨리와서 애들 목욕도 시키도 자기전까지 놀아주고, 책읽어주고, 재워주면서 아이케어를 해주길 바라는 아내, 이 둘의 심리전도 항상 우리집에 존재한다. 아이에게는 항상 아빠와 엄마가 곁에 함께한다는 인식을 주고싶은 마음인데 지친 직장업무의 보상을 받길 원하는 나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