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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6

우여곡절 성장기- 연기자

by 포야와 소삼이

그녀는 연기였다.


그녀는 어리지만 연기를 잘했다. 나도 아내도 깜빡 속고있었다. 그것도 오래도록 말이다. 우리 아이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이해해서는 안되는데 결국 연기자인 첫째 딸에게 속고말았다.

그녀는 둘째가 자기와 놀아줄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속상한게 아니라 내 마음이 속상한걸 모르고 장난치는 둘째가 답답하다고 했다. 눈물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둘째가 키크고 똑똑했으면 좋겠어. 정말.' 어린 딸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건 하루이틀 본건 아니지만 오늘 눈물은 유난히 짜고 마르지 않았다.


그도 연기자였다.


그도 어리지만 연기자였다. 나도 아내도 잘 모르지만 중요한건 무슨생각을 하는지 더 알수가 없었다. 감정표현, 사람과의 상호작용, 놀이에서의 역할 등 모든 실생활에서 주연배우가 되야하는데 감독도 이해를 하지못하는 연기자였다. 나이를 올라갈수록 장난기가 심하고, 집중이 약해서 이것저것 잡다한 행동도 많다. 걷는것보다는 뛰는 성격이라서 차분하지 못하며, 부끄러움도 많지만 해내지 못해서 하는 행동들이라 여겨진다. 툭하면 상처받았음을 표현하는 울음소리가 나고 이상하게도 금방 웃음으로 되돌아온다.


첫째는 우리 부부보다 본인의 시선에서 느끼는 둘째에 대한 상태를 잘 알고있는 듯하다. 병원도 자주 같이갔었고, 놀이에서의 대화 단절이 있으며, 가르침이나 규칙등에 둘째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도 잘 알고있을 것이다. 첫째는 둘째가 키가컷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조금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울컥했다. 조금더 대화가 통하고, 함께 놀아주면서 지낼 동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요새 계속 집에서 심심하다고 말할때마다 유치원 못가고 집에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동생을 소중한 놀이친구로 만들어주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사실 첫째와 놀아주기, 함께 그림그리기, 공부하기 등은 엄청 편하다. 스스로도 하지만 같이 그리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스케지북에 색연필만 있으면 누가 더 잘 그리나 시합도 하고, 공부도 어느정도 이해가 받쳐주면 쉽게쉽게 진도가 나간다. 조금 산만하긴 하지만 보통의 산만함이라서 옆에서 좀 지켜보고 잡아주면 별 어려움은 없다. 친구를 좋아하고, 새친구를 사귀기를 좋아하고, 친구집에서 자고와도 어릴때부터 부모를 찾지않을만큼 독립심도 있다. 아내가 맞벌이시절 서로 바쁠때는 지방에 있는 부모님댁에 2주정도 보낸적이 있었는데 한번도 울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너무 안들어서 크게 혼나는 것도 첫째이긴 하다. 첫째는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다 할때 크게 훈육을 한다. 둘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거 같기도 하고, 둘째케어를 하다보면 평소 잘해주는 첫째가 고맙기도 해서 잔소리도 하지만 주로 칭찬을 한다.


아직까지는 두 아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커가면서 부모와 아이관계도 그렇고 첫째와 둘째간의 관계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랑도 듬뿍주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이 갖고, 부모가 되어서 참 많은 역할이 있지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고, 인정해주고 감싸주는 부모가 되고싶다. 첫째가 자기 마음을 숨기고 지내는 것에 대하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부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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