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마 배나 채우려고 허공에 빈 그물하나 던져 놓았겠습니까.
낮에는 운 나쁜 고추잠자리와 배추흰나비 발목을 잡고, 밤이면 달빛과 북극성이 걸려있었지만 모두가 부질없어 방생하고, 뜬 구름 같은 그대의 소문이라도 잡아볼까 한 땀 한 땀 밤새워 그물을 엮었지요. 그러다가 가끔씩 바람이 흘리고 간 그대의 안부 부스러기나 주워 먹으며 한 계절 연명했었습니다.
몸서리치게 보고 싶은 그대와의 인연은 전생까지 이어져, 호젓한 윤회의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무심히 눈을 감았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나의 천성이라 억겁의 시간이 물처럼 흐르던 어느 날, 그대의 미안하다는 서신 한 장 그물에 걸려 있을 때에 나는 그것마저도 눈물겹게 고마워했지요. 짧았던 그대의 말씀에도 포만감을 느끼고 또다시 허공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렸지요.
전생에서도 나는 허기진 사랑을 하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