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넷 - 병목현상, 보이지 않는
장애물

공사현장작업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by 여너

현장 리더가 시공 현장에서 부단히 생각해야 할 45가지

16) 공사현장작업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공사현장은 다양한 공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각 단계가 매끄럽게 돌아가야 전체 공정이 제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어느 한 지점에서 속도가 늦춰지거나 멈추면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병목현상’이다.


공사현장에서의 병목현상은 대개 자원 부족이나 작업순서의 혼선,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한 가스플랜트 현장에서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배관 작업과 전선포설 작업이 병행되고 있었는데, 설계 변경으로 인해 전선포설 구간의 자재가 도착하지 않았다. 자재가 도착할 때까지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지 못했고, 전선팀은 대기만 해야 했다. 결국 전체 작업 공정이 수일간 지연되었고, 병목구간 하나가 수십 명의 일과 공정을 틀어버린 셈이었다.

이처럼 자재나 인력, 장비의 부족은 가장 대표적인 병목 요인이다. 자원이 적절히 분배되지 않으면 특정 작업에서 정체가 발생하고, 이는 연쇄적으로 다른 공정까지 영향을 준다.


또 다른 원인은 작업순서의 불일치다.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식이다. 어떤 작업이 먼저 수행돼야 하고, 어떤 작업은 선행작업이 완료된 후 이어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중복작업이나 충돌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한 팀은 일을 진행할 수 없고, 다른 팀은 계획에 없던 대기를 하게 된다.


더 나아가, 소통의 부재도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작업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팀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으면 ‘기다림’과 ‘혼선’이 생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소통의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사전계획과 역할 분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작업자에게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으면, 중복작업이나 빈틈이 발생한다. 모든 작업자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리더는 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해야 한다.


병목현상은 한순간의 혼란이 아닌, 관리와 준비 부족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다.

해결의 시작은 예방적 사고(prevention mindset)와 철저한 관리에 있다.

첫째, 사전 계획 단계에서 공정 간 연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병목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미리 파악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자원 배분은 여유 있게 계획하고, 예비 자재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소통은 단순한 보고를 넘어, 실시간 정보 공유와 피드백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일 공정회의나 작업자 브리핑 같은 루틴이 필요하다.

넷째, 작업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책임이 명확할수록 작업 흐름은 더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병목은 작업자 탓이 아니다. 작업 흐름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리더의 책임이다. 흐름을 끊는 장애물을 미리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생산성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