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순하나 - 건설현장에서 경계해야 할 심리적 오류

가용성의 오류,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by 여너

현장리더가 시공 현장에서 부단히 생각해야 할 45가지

33) 건설현장에서 경계해야 할 심리적 오류들

건설공사 현장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작업 공정이 얽혀 있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 안에서 효율성과 안전을 확보하려면 기술적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심리적 오류를 경계하는 태도다.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인지적 습관에 빠지기 마련이고, 이것이 현장 판단의 협업에 그대로 투영될 경우 생산성과 안전은 크게 저해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용성 오류(availavlility bias)다. 이는 눈앞에 보이는 정보나 가장 자극적인 의견에 집중하여 전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만 크게 부각되면 실제 위험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안전 규정을 소홀히 하는 것도 같은 오류다. 현장에서 "저 사람은 늘 잘하니까 괜찮다"라는 안일한 태도 또한 가용성 오류에서 비롯된다. 결국 이는 자신과 조직을 돌아보지 못하고 남을 탓하는 행태로 이어져 협업을 저해한다.


두 번째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이는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태도가 현실과 충돌할 때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심리적 반응이다. 현장에서 "이 방식은 분명히 맞다"라는 생각을 가진 작업자가 새로운 시공법이나 장비 사용법을 접하면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려 한다. 때로는 고착, 체념, 심지어 공격적 태도로 표출되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개선 활동은 저항에 부딪히며, 조직 전체가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세 번째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이는 자신의 기존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불편하거나 반대되는 사실은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경향이다. 공사현장에서는 "예전에도 이렇게 해왔으니 지금도 문제없다"라는 논리로 이어져 새로운 방법을 거부하는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심지어 작업자들 간 의사소통에서도 "내 의견만 옳다"는 태도가 강화되어 협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갈등이 잦아질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오류들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공정 지연과 비용 상승,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장리더는 결정을 내리거나 작업 방식을 정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지금 내 판단은 가용성 오류에 기댄 것은 아닌가? 인지 부조화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확증 편향으로 올바른 정보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외부의 시선을 빌려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해 보면 편향된 생각이 드러난다.

반대 증거를 의도적으로 찾아라. 내 의견과 다른 자료를 검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검증된 데이터 외에는 섣불리 믿지 말라. 현장은 경험담보다 수치와 기록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간을 두고 재검토하라. 즉흥적 결정은 심리적 오류를 확대한다.


이러한 심리적 오류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다.

현장의 생산성은 장비나 기술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의 습관이 안전과 품질을 좌우한다. 리더가 스스로의 판단이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방지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때 현장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결국 심리적 오류를 경계하는 것은 단순한 자기반성이 아니다. 그것은 곧 공정 관리 능력이며, 현장 생산성을 지켜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