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생기는 미묘한 균열의 시작
현장리더가 시공현장에서 부단히 생각하여야 할 45가지
36) 소통의 시작은 인사에서부터
최근 뇌과학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은, 유전자가 행동에 의해 좌우되는 동시에 행동도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인사가 사라진 현장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서서히 신뢰가 무너진다. 상대방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냉담하다고 느낀다. 이는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협력해야 할 순간에도 마음의 벽이 생긴다. 주변 동료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 작업만 한다면, 그는 질문하기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진다.
소통은 단순히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몸짓, 표정, 태도 같은 비언어적 표현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인사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소통의 시작이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친근함과 존중을 표현하는 첫 번째 행위이며, 상호 간의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원활한 협력의 기반을 만든다. 특히 다양한 직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건설공사현장에서는 ‘인사’가 곧 ‘신뢰의 신호’이자 ‘작업의 리듬’을 맞추는 출발점이다.
인사는 단순히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끝나는 의례적 행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존중, 관심 그리고 협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짧은 눈인사 하나, 가벼운 목례 하나가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팀의 유대감을 높이는 첫걸음이 된다. 하지만 현실의 현장에서는 의외로 인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부주의나 기억력 부족으로 인사를 습관적으로 놓치는 경우가 있다.
둘째, 의사소통 구조의 문제로(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거나 누락되어 오해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공식적·비공식적 정보 전달 체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 인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셋째, 인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감사와 인사의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즉, 인사를 단순한 예의로만 여기면 인사행위 자체가 미흡해질 수 있다.
넷째, 조직문화도 영향을 준다.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괜히 먼저 인사했다가 무시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심리적 거리감이 작용하기도 한다.
다섯째, 개인 성향으로 누군가는 우호성이 낮거나 신경성 성향으로 인사를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성격이나 개인적 특성에 따라 인사를 표현하는 스타일과 빈도가 다를 수 있다.
일곱째, 사회성이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민감하지 않거나, 사회적 규범과 예절을 잘 알지 못해서 인사를 놓칠 수 있다.
여덟째, 어떤 사람은 인지적이 요소로 인사를 놓칠 수 있다. 작업에 몰두해 있거나, 혼잡한 상황에서 인지적인 부하로 인해 인사를 놓칠 수 있다.
아홉째, 태도 문제도 원인이다. 일부 숙련된 작업자들은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서로 할 일만 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혹은 인사를 불필요하게 여겨서 인사를 건너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작은 무관심이 상대방에게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인사를 받지 못한 사람은 여러 감정을 겪는다.
첫째, “나를 무시하나?”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당혹감이 생기고, 나에게 무관심하거나 예의나 존중을 갖추지 않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
둘째, 때로는 상대방이 인사를 하지 않을 때, 그 이유를 파악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상대방이 바빠서 인사를 놓친 것인지, 의도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인지 등을 추측하게 된다.
셋째,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점차 불쾌감과 거리감으로 바뀐다.
넷째, 인사를 하지 않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냉담함이나 때로는 적대적인 태도로 인식될 수 있다.
다섯째, 작업 중 마주친 사람이 아무 말없이 지나치면,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로 느껴진다. 그 결과 팀워크는 약화되고, 협력은 줄어든다,
여섯째, 심지어 단순한 오해가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즉,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말을 아낀 행위’가 아니라,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결과
이처럼 인사가 사라진 현장은 소통의 끈이 끊긴 현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상대방이 인사를 하지 않을 때는 원활한 대화나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시나 협업이 전달되지 않아 비효율이 쌓인다. 그 결과 상호 간의 신뢰와 동료애를 형성하기 어렵게 된다. 팀워크는 약화되고, 협력은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까?
첫째, 관리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리더가 먼저 인사를 생활화해야 한다. 아침 조회나 퇴근 시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안전하게 파이팅!!” 한마디를 먼저 건네면, 그 한마디가 현장에 긍정적 자극이 된다. 관리자의 인사는 지시가 아닌 존중의 표현이며, 이는 곧 신뢰의 출발점이 된다.
둘째, 조직 차원의 제도적 실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번 인사하기 캠페인’ ‘출근 시 인사 의무화’ ‘작업종료 시’ 등 일정한 타이밍에 인사를 생활화한다. ‘인사 잘하는 현장팀 포상제’ 등을 도입하면 인사가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제도는 형식적일 수 있으나,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습관이 만들어지고, 습관은 결국 문화가 된다.
셋째, 교육과 피드백을 병행해야 한다. 신규 작업자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투입 전 인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인사가 잘 이루어진 팀에는 구채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A팀은 출근 시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칭찬 한마디가 큰 변화의 동력이 된다.
넷째, 인사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과도한 일정과 피로 누적, 소음이 심한 작업 환경에서는 인사를 나눌 여유가 줄어든다. 인사는 여유에서 나오며, 여유는 합리적인 일정과 적절한 휴식에서 비롯된다.
결국 인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소통의 시작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첫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그날의 작업 분위기와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된다.
인사는 작은 행동이지만, 큰 파급력을 가진 도구다.
말 한마디, 눈빛 한 번, 가벼운 목례 하나가 현장의 온도를 바꾸고, 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