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an 01. 2025

묘생 3

 나의 유년시절 숱하게 지나온 생일날에 대한 기억을 애써 떠올리면 딱 두 가지가 있다.

미역국과 오백 원!

생일날 아침에는 왜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지 한 번도 의문을 가진 적은 없었고 평소 손에 쥐기 어려운 오백 원이라는 돈은 지금의 로또와 같은 힘이 있었기에 이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생일날은 페스티벌처럼 특별하고 기분 좋은 날임에 틀림없었다. (당시 오백 원은 오리온 초코파이를 무려 다섯 개나 살 수 있고, 바나나 단지우유를 3개나 사고도 오십 원이 남았으며, 나는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인심 좋게 친구들에게는 쭈쭈바를 네 개나 사줄 수 있는 재화이기에 당시 용돈이라는 정기수입이 없었던 내겐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반면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생일날은 지니의 램프와 같이 소원 성취의 날과 같은 성격을 갖는 듯하다. 며칠 전 아니 한 달 전부터 자신의 생일날에 꼭 갖고 싶은 물건의 판매처를 노골적으로 알려주거나 먹고 싶은 메뉴 목록을  상영 예정 영화의 예고편 마냥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생일날이 가까워지면 택배가 언제쯤 도착하는 거냐고 시시각각 물어보기도 한다.

 


 크림이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에도 아이들은 하나같이 생일이 언제냐고 그것부터 궁금해했다.

구조 당시 크기와 체중, 유치 등의 상태를 미루어 보았을 때 2023년 5월 5일로 추정할 뿐 정확하게 크림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은 알 수가 없다. 그런 크림이가 딱해 보였는지 첫 생일날에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을 해주자는 의견을 냈다.

오직 크림이만을 위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생연어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주자는 것!

그리고 크림이가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다.

생연어와 감자를 쪄서 종이컵으로 케이크 모양을 잡은 뒤 츄르를 이용해 생크림 같은 데코를, 사료  몇 알은 초코칩 같은 연출로 완성된 수제케이크!

이를 본 크림이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여 모두 숨죽여 바라보는데 킁카 킁카 냄새에 이끌려 조심조심 촛불모양의 종이에 묻힌 츄르부터 핥아먹기 시작한다.

이날 생일날의 기억이 지난날 나의 유년시절 오백 원과 같이 크림이에게 특별한 선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케이크를 준비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 생명의 소중함과 특별함에 대한 존중, 한 공간을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