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나에게
이선미 작가의 어린 시절,
새로 이사 간 동네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며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었답니다.
어른이 되어 그때를 되돌아보니 힘든 내 마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새 친구를 받아들이는 동네 아이들의 마음도 보였나 봅니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여러 개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선미 작가의 특별한 그림책 [나와 우리]
[앞] 나의 시선으로 본 에피소드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붙은 껌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아야만 했던 나(분희),
엄마가 머리카락은 금세 자란댔는데, 나는 머리카락이 채 자라기도 전에 다른 동네로 이사 가게 됩니다.
이사 간 첫날, 동네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따라
한달음에 뛰어나간 나는 고무줄놀이에 한창인 동네 아이들을 한참이나 바라만 봅니다.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라는 말에 내 얼굴은 빨개지고 슬며시 신발을 갈아 신고 나오지만
"쟤는 남자야? 여자야?"라는 말에 그만 눈물이 찔끔 납니다.
다음날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신발도 똑바로 신고 분홍색 머리띠도 예쁘게 하고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갑니다.
한 아이가 "안녕?"
나도 "안녕."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지만 아무도 내 이름을 물어보지는 않아요.
내가 싫은 걸까 싶은 마음에 또 눈물이 날 것 같아 집으로 가려고 돌아선 그때 현옥이가 화장실 갔다 온다며 뛰어가고 영아가 내게 물어오네요.
"얘, 네 이름은 뭐니?"
"나? 분희."
"분희야, 고무줄 좀 잡아줄래?"
그렇게 현옥이 대신 고무줄을 잡게 된 난
"그래, 분희는 깍두기 하면 되겠다."
주희의 말에 다 같이 어울려 고무줄놀이를 하게 되었어요.
*깍두기 : 편을 나누어 노는 놀이에서 사람의 수가 홀수일 때 양쪽 편을 오가며 놀이를 하는 사람
이선미 작가의 특별한 그림책 [나와 우리]
[뒤] 우리의 시선으로 본 에피소드
영아랑 주희가 한편, 은섭이랑 현옥이가 한편이 되어 오늘도 신나게 고무줄놀이하는 우리들.
새로 이사 온 걸까요, 낯선 아이가 가만히 구경하며 서 있어요.
"새로 이사 왔나? 그런데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
평소 이름이 남자 같다고 놀림을 받은 은섭이는 한 마디 거들어요.
"쟤는 남자야? 여자야?"
그 말을 들었는지 빡빡머리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기만 하고 은섭이는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어요.
"어, 어디 갔지?" "놀린 거 아닌데..." "그렇다고 가버리냐?" "빡빡머리 애 이름은 뭘까?"
어느새 사라진 아이를 찾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합니다.
다음날 그 빡빡머리 아이가 보여요. 예쁜 분홍색 머리띠를 하고 나왔어요.
빡빡머리 아이와 같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싶지만 이미 편이 짜여 있어서 낄 자리가 없어요.
그때 고무줄을 잡고 있던 현옥이가 화장실에 갔다 온다며 달려가고, 영아는 큰 소리로 빡빡머리 아이에게 말해요.
"얘, 네 이름은 뭐니?"
"나? 분희."
"분희야, 고무줄 좀 잡아줄래?"
분희는 활짝 웃으며 한달음에 달려와 우리는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하며 놀아요. 현옥이가 돌아왔지만 주희가 좋은 생각을 떠올려요.
"그래! 분희는 깍두기 하면 되겠다."
"우와, 그러면 우리 같이 놀 수 있겠네!"
얼마 전 큰아이가 같은 반 친구 생일날 보낸 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생일 축하해"
그냥 한 두 마디 적었으려니 생각했는데 깨알 같은 글씨로 종이 전체를 빼곡하게 채운 것을 보고 놀랐고, 그 내용을 읽고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속내를 꺼내놓지 않아서 정말 모르고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새 친구 사귀는 일이 어렵다 못해 두려웠다는 아이, 스스로 외톨이라고 말하는 큰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운 일을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친구를 사귀고 있는 큰아이를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큰아이의 고민, 사실 다 큰 어른인 나에게도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새 친구를 사귀는 일은 어렵기만 하고 내 마음 같지 않았던 지난 기억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지금은 그 외로운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거나 글 쓰는 일에 보내는 중입니다. 저도 나만의 방법으로 친구를 사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곁에 함께 있어줄 친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