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줄무늬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by 초롱

아욱콩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콩을 싫어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 아이, 카밀라!

카밀라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제나 신경을 씁니다. 그런 '카밀라'를 통해 작가 데이비드 섀논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자기가 정말 바라는 일을 떳떳하게 하는 것이 남의 시선보다 중요하다고!!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님들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알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달라고..




학교 가는 첫날, 카밀라는 친구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옷을 마흔두 번이나 갈아입어 보지만 아무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빨간 옷을 입고 거울을 보는 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지개 줄무늬가 생긴 자신의 몸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비명소리를 듣고 방으로 달려온 엄마도 깜짝 놀라 나돌팔 의사 선생님께 카밀라 진찰을 하게 하고 의사 선생님은 처방해준 연고를 바르면 곧 나을 거라고 학교에 가도 된다고 말한다.

다음 날 학교에 간 카밀라를 본 친구들은 '카밀라 크레파스', '살아 있는 막대 사탕'이라며 "물방울무늬를 보여 줘!", " 바둑판!"이라고 외칠 때마다 카밀라의 몸은 텔레비전 채널이 바뀌듯이 획획 바뀐다.

그날 밤 교장 선생님은 카밀라 때문에 수업을 할 수가 없고, 카밀라의 줄무늬가 전염병이 아닌지 걱정된다며 다른 부모님들이 계속 전화를 한다면서 카밀라가 학교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카밀라 아빠가 나돌팔 의사 선생님에게 다시 연락을 하자, 나돌팔 의사는 전문가 4인-주저해 선생님, 따라해 선생님, 왕재잘 선생님, 새파란 선생님-을 데리고 와서 가족에게 소개한 뒤 카밀라를 진찰하기 시작한다.

4인의 전문가가 준 맛이 아주 지독한 약을 먹은 카밀라는 다음 날 옷이 몸에 맞지 않게 되고 다시 연락을 받은 나돌팔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인 한머리 선생님과 난천재 선생님을 데리고 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치료법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카밀라의 이야기를 알게 된 방송국 기자들이 '몸이 신기하게 변하는 이상한 병'에 대한 소식을 전하자 카밀라를 치료해 주겠다며 심리학자, 알레르기 치료사, 약초학자와 영양학자, 무당과 늙은 주술사, 힌두교의 승려, 심지어 수의사까지 들이닥친다. 그러나 이런저런 치료를 할수록 카밀라의 모습은 점점 더 이상해질 뿐 어떤 치료법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상냥해 보이는 오동통한 할머니가 아욱콩을 내민다. 카밀라가 가장 좋아하는 아욱콩을!

카밀라는 아욱콩이 정말 먹고 싶었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할머니는 그런 카밀라를 다그치지 않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여유를 보여 준다.

결국 카밀라는 자기 마음을 인정하고 콩을 맛있게 먹자 줄무늬 병은 감쪽같이 낫는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카밀라가 아니다.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리며 아이들이 하는 말에 카밀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아욱콩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다.




* 줄무늬병: 아이의 숨겨진 욕구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현되는 상황을 상징하는 일종의 상상의 병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이 된 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느라 정작 나의 욕구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는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생전 처음 새벽기도회를 나가게 되었다. 작심삼일도 되지 않을 줄 알았던 새벽 재단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나의 루틴은 완전히 바뀌었다. 틈만 나면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시간과 감사 기도를 하는 훈련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가족 그 누구에게조차 귀한 복음을 전할 용기는 도무지 나질 않았고, 심지어 성경책을 늘 가방 깊은 곳에 숨기듯이 가지고 다녔다. 다른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지레 겁먹고 누구도 교회 나간다고 비난하기는 커녕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작 난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결코 남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방역수칙을 어긴 적도 없지만 그렇게 숨을 곳부터 찾았던 것은 내 안에도 카밀라의 줄무늬병이 크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진짜 내가 원하는 욕구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집밥 같은 치유(적정 심리학)가 필요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희로애락 어떤 감정이든 당신의 감정은 늘 옳은 것이라고 말한 정혜신 작가[당신이 옳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이 산다라고 한다.

카밀라에게 아욱콩을 내민 할머니가 그 '한 사람'인 셈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 더 이상 애써 참거나 무조건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겠다. 더불어 바른말한답시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말고 그저 끝까지 들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그런 한 사람, 감히 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줄무늬병에 걸리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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