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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n 19. 2022

장애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 (4월 2일)

 "대상 아동(장애학생)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서 모든 일을 대신해주거나 돌봐주는 역할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 스스로 발전적 자립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 그게 제 역할입니다. 장애아동을 돌보며 함께 생활한다는 건 제 인생에서 귀하고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10분이 채 안 되는 구술 면접고사장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나의 최후 진술이다.

그렇게 나는 특수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근무한 지 아직 반년도 안되었지만 날마다 다양한 중증장애아동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현장에서는 어떤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초긴장 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의 한 종류인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의 필요성과 무너진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갖는 사회 구성원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더불어 성인 이후 장애인의 독립 생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성인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센터 시설 확충, 경제적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자폐증 아동을 자녀로 둔 스즈의 엄마의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폐증은 주로 3세 이전에 나타나는 평생 발달 장애로, 최근에 '자폐증 스펙트럼=ASD(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불린다. 75%는 정신지체를 동반하며 상동증(특정 행동을 반복), 의사소통 장애, 주변에 대한 무관심, 인지발달 저하, 사회성 발달 지연 등 자폐증의 특징 중 어떤 것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을 '스펙트럼=색의 경계가 없는 무지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폐증은 심리적인 문제로 여기기 쉬운데 실은 뇌 기능의 문제이다.


[책 리뷰] 스즈짱의 뇌

자폐증 스펙트럼(ASD)인 스즈 대신 스즈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7세 반이 되었어도 말을 할 줄 모르는 스즈,

뿐 아니라 숟가락도 잘 못하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째려보거나 물어뜯기도 해요.

손을 마구 팔랑 거리기도 하고 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뱅글뱅글 돌기도 해요. 움직임도 어딘가 기묘해요.


왜 그럴까요?

태어날 때부터 '뇌'가 여러분들하고 조금 다르기 때문이래요.

스즈의 뇌는 한가운데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조금 다르게 작동해서 "삐잇삐, 삐이이이이"하고 여러분과 다른 명령을 내릴 때가 있대요.

그래서

말을 잘 못하고

숟가락질을 잘 못하고

아주 옛날의 무서운 꿈이 떠올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그보다 더 옛날의 즐겁게 춤추던 기억이 떠올라 느닷없이 낄낄 웃어 버려요.

여러분보다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서 귀가 아프고

여러분보다 여름 태양을 무지무지 뜨겁게 느껴서 지쳐 늘어져요.

그것도 뇌에서 제대로 명령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래요.

스즈가 울거나 물어뜯을 때는 무언가 여러분보다 괴롭다고 느낄 때예요.

스즈가 울거나 골을 내면 선생님은 스즈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고 작은 방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기도 해요.

그러면 스즈의 뇌가 "괜찮아"하고 명령을 내려주는 모양이에요.

그러면 안심하고 빙긋 웃어요.

스즈의 뇌처럼 약이 없어서 낫지도 않고 뇌의 명령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 것을 '장애'라고 해요.

장애가 있는 사람은 운동이나 말하기 연습을 열심히 해도 여러분처럼 잘하려면 아주 길고 긴 시간이 걸리고 연습을 해도 잘 못할 수도 있어요.


스즈는 여러분과 같은 초등학교에는 갈 수 없지만 운동과 말하기 연습을 천천히 할 수 있는 '특수학교'라는 곳에 가요.  


여러분이 세발자전거를 태워 준 것,  

잘 못하는 게 있어서 우물쭈물해도 기다려 준 것,  

할퀴어도 참고 사이좋게 지내 준 것.

잊지 않을 거예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스즈가 조잘조잘 말할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고마워!"

너희들과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앞으로 많은 어려움과 고민에 맞닥뜨릴지도 모르지만, 멋진 감성과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들의 좋은 점을 알아주고 각자 다른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마음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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