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일이 꼬이고 불행투성이인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비참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분명 감사할 일이 있고 기분 전환할 만한 소소한 일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행복을 찾기 힘든 날이 있을지라도’
‘머리는 좀 부스스할지라도’
‘온종일 엉망진창이었을지라도’
Y의 배정된 중학교 교복을 맞추기 위해 나서는 날,
Y는 중얼거리듯 볼멘소리로 내키지 않는 속마음을 흘린다. Y는 일부러 집에서 가장 근거리 중학교를 지망하지 않고 큰길 건너편 학교를 1 지망으로 적어내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어쩌면 아주 멀리 떨어진 면 단위 지역아이들이 진학하는 학교로 배정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담임선생님의 걱정스러운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 리스크를 감수한 선택이 결국 Y에게는 천우신조로 1 지망에 배정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 배정된 중학교에 지난해 가해학생 두 명도 같이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Y는 미리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치다. 예비소집일에 중학교를 찾아가 전후사정을 간단히 말씀드리고 Y와는 반배정 기피신청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기에 충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Y는 여전히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림책 작가 이선미 선생님은 지난 어린 시절의 감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 씨앗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작품으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어린 시절 맛있게 수박을 먹으면서 함께 삼켜버린 씨앗 때문에 걱정하느라 밤새 잠 못 이뤘던 기억을 통해 아무리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걱정이라도 그 걱정은 마치 괴물과 같이 힘이 강해서 시시때때로 마음을 괴롭힌다며 '수박만세'라는 그림책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한다.
마음속에서 한없이 커가는 '걱정,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 마음속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하며 덜어주기 위해서 나도 Y도 지금 이 상황들을 달리 보게 할 실마리를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