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안성식당은 수더분한 주인 할머님이 운영하는 보성역 앞 허름한 대폿집 겸 식당이다. 순천역행 마지막 기차를 기다린다는 핑계 삼아 소주 한잔 먹으러 들어간다.
군청에서 퇴직하신 지 얼마 안 되신 어르신과 합석하여 서로 시킨 안주로 소주 한잔 마시며 얘기 나눈다. 전어가 제철이어서 좋고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 더 좋고 허름하지만, 정이 있어 더더욱 좋은 전어구이로 기억된다.
주인, 상호, 업종이 바뀔 수도 있고 아예 영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맛, 분위기, 추억이 오래 남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제철의 기름지고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와 맛을 기억하듯….
전어 2마리와 꼴뚜기, 소주 한병을 주문한다. 식탁 위쪽은 군청 퇴직하신 어르신의 전어구이고 아래쪽은 내 몫이다. 칼집 내어 구운 고소한 전어구이에 살짝 데친 보들보들한 꼴뚜기, 기름장, 초장을 곁들여 소주 한잔 걸친다.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며 몇 잔 술이 돌자 낯선 사람에 대한 마음도 안주의 경계도 무너진다.
전어구이 살점을 발겨 맛본다. 제철 맞은 전어살이 탄탄하다. 지방질이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고소함이 절정이다. 칼집 사이로 스며든 소금은 전어 영혼까지도 맛으로 끄집어낸다. 제철, 분위기, 같이 한 사람이 있어 더욱 맛깔난 전어구이다.
철 지난 꼴뚜기는 맛보다는 쓴 소주 털어놓고 어금니로 꼭꼭 씹으며 입속을 달래는 용도로 제격이다.
시나브로 마지막 기차 시간이 다가온다. 주인 할머니도, 퇴직 군청 어르신도, 뜨내기 여행객도 각자 추억을 간직하며 제 갈 길로 걸음을 옮긴다. 소주 한잔 입에 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