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풀이 복국
하동복집은 진주 중앙시장 안 1955년 개업한 복국 노포다.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도 선정되었으며,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복집으로 알려져 있다.
양은 냄비에 내주는 맑은 국물의 개운한 복국이 대표 음식이다. 대접에 복국 속 콩나물, 미나리와 밑반찬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도 맛깔나다. 복수육, 아귀찜, 아귀수육도 맛볼 수 있다.
웅숭깊은 동그라미 밥상
복국을 주문한다. 색바래고 우그러졌지만, 원 모양을 간직한 큰 양은 쟁반에 깊이와 넓이가 다른 동그란 접시들이 놓여 있다. 모나지 않은 노포의 동그라미 밥상이다.
뽀얀 공깃밥 옆으론 빛바랜 노란 양은 냄비가 놓여 있다. 불과 세월에 맞서며 몸통은 은색으로 변하고 손잡이엔 그을음의 검은색을 덧입었다. 흐릿하지만 속으론 노람도 간직하고 있다. 노포의 세월과 함께한 흔적이다. 그 안에서 복국이 파르르 끓으며 하얀 김을 가쁘게 내쉬고 있다.
다른 동그라미로 눈길을 돌린다. 초장, 멸치볶음, 마늘장아찌, 무김치, 김무침, 무채를 넣은 파래 초무침, 젓갈, 양념장 등 밑반찬이 제 깊이와 넓이에 알맞은 둥근 접시에 담겨 있다.
전체를 훑어본 눈은 다시 복국으로 향한다. 가쁜 숨을 멈춘 복국 속엔 손질된 밀복과 콩나물, 미나리 등이 또렷하게 보인다.
생강을 갈아 넣은 식초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 후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크게 떠먹는다. 국물이 삼삼하고 개운하다. 식초의 여릿한 신맛이 입맛도 돋우고 풍미도 더한다. 숟가락질 몇 번 더하다가 냄비 두 손잡이를 잡고 후루룩 마신다. 목젖을 시원하게 타고 넘어간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다독여 준다.
국물을 마신 후 육질이 탱탱한 밀복 살밥을 초장에 찍어 먹는다. 밀도 높은 복어 살이 어금니에 콕콕 박힌다. 부드럽고 담박하다. 초장의 달금하고 새곰한 맛이 더해지며 여린 감칠맛을 엇달랜다.
김 가루가 담긴 대접에 복국 속 콩나물과 미나리, 곁들여 나온 밑반찬, 밥을 담고 새곰한 초장으로 쓱쓱 비빈다. 복국 국물도 몇 숟가락 넣어 비비면 밥알이 촉촉해진다. 먹기에도 좋고 풍미도 살리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다양한 씹힘은 덤이다.
복국은 백반의 중심인 밥에 어우러지는 국으로도 손색없고, 술꾼들의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전일 먹은 술을 잊히게 해주는 웅숭깊은 속풀이 해장국이다.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기도 하고 든든하게도 해주는 일석이조 복국 밥상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동그라미 하나 무심코 그려본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밥상. 이른 아침 진주 '하동복집'의 동그라미 밥상이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