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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쟁여둔 왕대포

한잔 술은 사라져도 정겨움은 남는다.

by 바롱이

노포(老鋪) 간판 세월의 더께를 간직한다. 간판이 낡거나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그게 노포다.


진안 전북은행 진안지점 옆 골목, 연세 많으신 할머님이 운영하시는 대폿집이 있었다. 대폿집 문엔 메뉴만 쓰여 있을 뿐 골목 입구에 있는 낡은 간판이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대폿집 가는 골목 낡은 간판엔 ‘왕대포 직매집’이라 쓰여 있었다. 예전 대폿집 뒤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직접 받아 썼기 때문이란 주인 할머님의 말씀이었다.


현재 대폿집은 없어졌다. 옛 목욕탕 타일이 깔린 식탁에서 먹었던 왕대포 한잔은 간판과 함께 사라졌지만, 주인 할머니와 단골손님들의 정겨운 모습은 잊히지 않게 살포시 쟁여두었다.


추억의 맛은 왕대포 속 탁주처럼 흐릿해져 가지만, 가슴엔 ‘왕대포’ 빨간 글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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