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언저리, 햇밤을 씹다!

"추석 언저리, 햇밤을 씹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올해 첫 밤을 맛본다. 태풍, 장맛비와 바람을 이기고 자란 야산의 햇밤이다. 해마다 넉넉하게 먹을 정도로 주워 신문지에 싸 냉장 보관해 두고 겨우내 먹는다.​

크진 않지만 야물고 토실토실하다. 딱딱하고 색이 진한 겉껍질과 진액이 묻어나는 보늬를  벗겨내면 단단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하얗고 노란 밤알을 만난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주운 사람과 깐 사람의 수고가 필요하다.

---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찜기에 찐 햇밤이다. 생밤보단 부드러워지고 좀 더 노란빛을 띤다. 까기도 생밤보다 좀 더 쉽다. 까먹다 보면 밤 가루가 손에 진득하게 붙는다. 고소하고 달금하다.

할아버지가 손녀 먹이려고 찐 밤을 까신다. 밤을 까는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과  밤을 주워  먹는 손녀의 뽀얀 고사리손이 대조적이다. 두 손 사이에 햇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