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댁 나눔의 밥상
강릉 서지초가뜰은 창녕 조씨 종가이자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 맛집이었다. 질상, 손님상, 예약 주문상 등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여 부족함이 없는 반가 댁의 성의가 담긴 소박한 나눔 밥상을 맛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현재는 고풍스러운 한옥 카페로 업종을 변경하였다. 내림 음식인 볍씨와 밤, 호박, 쑥, 강낭콩 등을 넣은 씨종지떡을 맛볼 수 있어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산야초 커피와 수제 자연 차도 판매한다.
사기그릇을 음식 내오기 전에 차려준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밥그릇, 탕 그릇, 숭늉과 물을 먹는 그릇이다. 묵직하고 투박하다.
종가댁 나눔의 밥상
강릉 서지마을 모내기로 바쁜 철, 하루를 정해 동네 사람들과 모여 조 진사댁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쉬었던 날을 질 먹는 날이라고 불렀고, 그렇게 먹었던 음식을 '질상'이란 메뉴로 만들었다고 한다.
큰 그릇에 나무 주걱과 함께 담긴 밥, 질날 먹었던 씨종지떡, 여름 별미이자 내림 음식인 영계길경탕, 고추부각, 미역튀각, 쌈채와 쌈장, 잡채, 메밀 부침개, 막장 찌개, 양념 두부, 김치 넣어 졸인 꽁치조림, 열무김치, 도토리묵, 매실장아찌, 배추김치, 밥알 넣은 약간 달금한 가자미식해, 묵나물과 조선간장, 생나물, 미지근한 온도의 구수한 숭늉 등 찬들이 나무 식탁 위에 차려진다. 알맞게 간한 손품이 많이 드는 찬들이다.
반가댁의 성의가 담긴 소박한 나눔의 밥상이자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여 부족함이 없는 밥상이다.
기억 속에서만 곱씹어야 할 맛
창녕 조씨 종가 내림 음식이자 여름 별미인 영계길경탕은 어린 닭에 '길경'이라 부르는 마른 도라지를 넣어 끓인 탕이다. 콩, 대추, 감자, 버섯, 무 등도 넣어 끓인다.
마른 도라지가 푹 끓여져 모르겠으나 육안으론 마른 도라지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안 넣는지는 알수가 없다. 간은 삼삼하다. 부드러운 닭살, 육수 머금은 감자, 물렁물렁해진 시원한 무, 졸깃한 버섯이 어우러진 진하고 깔끔한 탕이다.
씨종지떡의 씨종지는 씨종자(種子)의 강릉 사투리다. 질 먹는 날에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은 떡이라고 한다. 볍씨를 빻아서 쑥, 호박, 대추, 감 껍질, 밤, 강낭콩 등을 함께 섞어 버무려 시루에 쪄서 만든 떡이다. 텁텁하고 까슬하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에 쑥의 쌉싸래한 맛이 뒤섞인다.
먹기 알맞은 온도의 구수한 숭늉과 달금한 식혜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입안이 깔끔하고 상쾌해진다.
한옥 카페로 업종을 변경해 반가댁 나눔 밥상은 맛볼 수 없다. 잊히지 않을 강릉의 맛이었다. 잊히면 슬프다. 기억 속에서만 곱씹어야 할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