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롱이 Oct 11. 2023

절에서 돼지고기를 먹은 까닭은?

부여 성흥산 대조사 식사 공양

부여 대조사(大鳥寺)는 공주 마곡사(痲谷寺)의 말사(末寺)로서 부여군 남쪽의 임천면을 휘감고 있는 성흥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사찰로 백제 성왕 5년에 승려 겸익이 5년간에 걸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적멸보궁 위에는 미래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높이가 10m나 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다. 보물이다.


불유정이란 샘물로 갈증을 달래고 대조사 답사를 한다. 답사를 끝내니 허기가 찾아온다. 공양간을 찾는다. 식사 뒤처리하시는 스님 한 분이 계신다.


식사 공양 가능한지 여쭤본다. 밥이 남았으니 먹어도 된다고 한다. 반찬통 옆 냄비에 끓인 찌개도 괜찮으면 담아 가라고 하신다. 절 일꾼분들 드리려고 따로 끓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절밥은 육식을 금한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절 일꾼을 위한 스님의 배려 음식이다. 배려는 여행객에게도 이어젔고 호기심에 배려를 선택한다.


하얀 그릇 중앙에 쌀밥을 중심으로 쌈장과 밑반찬을 두르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국그릇에 담는다. 공양간에 붙은 오관게의 글을 마음으로 읊은 후 식사 공양을 한다.


두부구이와 찐 양배추는 부드럽고 담박하며, 묵은지와 열무김치는 본연의 식감을 유지한 채 신맛은 깊다. 늙은 오이무침은 사근사근 시원하다. 찐 양배추에 쌀밥과 쌈장을 얹어 쌈을 싸 먹는다. 씹을수록 달금하고 연한 감칠맛이 입안을 감친다.


절밥으론 처음 먹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맛본다. 묵은지의 발효 맛과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녹아든 국물은 고소하고, 신맛이 산뜻하게 여운을 남긴다. 국물에 풍미를 베푼 묵은지는 신맛과 식감이 알맞고 돼지고기, 감자, 두부도 제 질감과 맛을 낸다. 묵은지의 기운이 오롯이 느껴지는 흐뭇한 김치찌개다.


스님이 일꾼들 기운 북돋우려 만든 음식에서 배려심이 담긴 발효의 참맛을 느낀다.


절에서도 돼지고기를 먹을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