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식당은 양산 석계시장 뒷골목에 있는 민물 매운탕 전문점이다. 시의원 시절 천연기념물 신기마을 이팝나무 살리는데 애 많이 쓰셨다는 남 사장님과 인심 좋고 음식 솜씨 좋으신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혼자에 아침 일찍 방문하였고 식당 앞이 공사 중이어서 식사 가능한지 여쭤보니 여사장님이 흔쾌히 아침 밥상을 차려준다. 뜨내기 나 홀로 여행객에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우주를 담은 네모 쟁반의 맛
된장찌개를 주문한다. 네모난 양은 쟁반이 밥과 찌개, 숭늉, 밑반찬 등이 담긴 동그라미들을 가득 포용하고 있다. 우주 속 둥근 행성 같다. 둥근 행성 같은 접시 속 음식들 색깔이 고믈젓다(‘다채롭다’의 옛말이다).
하얀 행성 같은 밥으로 눈이 향한다. 여사장님이 많이 먹으라며 꾹 눌러 담은 고봉밥이다. 따뜻한 김 속으로 푸짐한 인심이 콧속으로 후벼 든다. 한 술 크게 떠먹는다. 찰지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검은 행성 같은 뚝배기에는 된장이란 흙에 두부, 호박, 무 등이 움푹 파인 달 표면을 이룬다. 한소끔 끓여 나온 된장찌개를 먹는다. 흐린 갈색빛 국물은 구뜰하고 시원하며 건더기로 넣어진 채소와 두부는 부드럽고 촉촉하다. 시골 내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된장찌개다.
검은 행성에 머물던 숟가락이 잠시 쉬는 동안 젓가락은 알록달록한 다른 행성들과 하얀 행성을 번갈아 가며 여행한다.
매콤하게 고추장 양념한 고소한 큰 멸치볶음, 뼈까지 녹진해진 짭짤하고 부드러운 살의 멸치젓갈, 묵은김치, 아삭한 무김치, 부드럽고 졸깃한 오징어젓을 넣은 무생채, 된장에 절인 매콤한 고추지, 아삭한 무와 삼삼하고 상쾌한 맑은 동치미, 보들보들한 노란 달걀찜 등을 담은 둥근 행성 안에는 색감, 식감, 풍미가 다른 밑반찬들이 펼쳐져 있다. 하얀 달 같은 담백한 쌀밥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행성 속 구성물들은 소박하지만, 허투루 만든 게 없다.
휴식 중인 은빛 행성 분화구 속에는 따뜻한 숭늉이 담겨 있다. 구수한 맛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우주 위 다양한 행성들을 오가는 여행이었다. 우주를 담은 네모 쟁반의 맛은 각기 다른 행성들의 향토색 짙은 맛으로 여운 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