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식당은 보령 시티타워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백반 노포다. 주인 할머님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쟁반에 담으면 할아버님은 서빙 및 손님 응대, 계산을 하신다. 아들 부부가 대를 잇고 있다.
새벽 4시 30분에 열어 오후 1시까지 영업한다. 아욱국, 김칫국, 미역국, 콩나물국 백반을 판매하며 소박하지만 정성 들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보령 여행할 때 아침을 해결하는 곳이다.
아침 5시 숙소에서 나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인정식당을 찾는다. 겨울눈이 내린 길에 살얼음이 끼었다. 몇 차례 와 익숙한 길이지만 조심조심 걷는다.
멀리 노란 불빛 입간판에 빨간색 ‘아욱국’이라 쓴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욱국은 인정식당 대표 음식이다. 식당 근처에 오자 출입문 위 파란 간판에 ‘인정식당’이라 쓴 커다란 하얀 글씨와 멀리서 본 빨간 ‘아욱국’ 글자가 또렷하다. 창문 좌측 ‘아침식사전문 아욱국백반’과 우측 출입문 ‘백반’이라 쓴 큰 글자도 함께 눈에 띈다.
4칸의 낮은 계단을 올라 유리 출입문을 밀고 들어선다. 내부에는 이른 아침을 드시는 분들이 여러 명 계신다.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인력사무소 나가시는 분들이다.
아욱국 백반을 주문하고 따뜻한 보리차로 추위를 달랜다. 잠시 후 주인 할아버님이 둥그런 상에 국과 밥, 평범하지만 다양한 밑반찬을 담아 내온다.
공기에 꾹 눌러 담은 쌀밥에서 너그러운 인심이 느껴진다. 국은 직접 담근 집된장과 아욱을 넣어 끓인 아욱국이 나온다. 국물만 한술 뜬다. 삼삼하다. 가볍게 술술 넘어간다. 아욱 건더기도 함께 떠먹는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 사이로 알맞게 삶아진 부드럽고 달금한 아욱이 씹힌다. 혀와 어금니뿐 아니라 입안 전체가 기껍다.
아욱국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영양소도 풍부해 기를 북돋우고 입맛도 살려준다. 푸근한 어머니를 닮은 맛이다.
고추 장조림, 볶음김치, 무나물, 어묵볶음, 달걀말이, 아삭한 무와 짠맛 덜한 국물의 시원한 동치미, 썬 파와 참기름을 넣은 양념간장, 조미하지 않은 구운 김 등 밑반찬과 작지만, 살이 통통한 담백한 조기찜이 반찬으로 더 해진다. 평범하지만 담백한 밥과 잘 어우러지는 찬들을 곁들여 먹는다.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자식에게 어머님이 차려준 밥상처럼 따뜻함을 맛본다.
다시 인정식당을 찾는다. 자리에 앉아 김칫국 백반을 주문하고 구수한 보리차로 묵을 축인다.
잠시 후 주인 할아버님이 꽃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상이 꽉 차게 백반을 내준다. 공기에 꾹 눌러 담은 쌀밥 위로 하얀 김이 올라오며 구수한 향이 코를 스친다. 정(情)을 느끼게 하는 갓지은밥이다.
고추 장조림, 들큼하고 시금한 볶음김치, 달금한 시금치나물, 무생채, 두툼하고 고소한 달걀말이, 오이와 얼갈이배추 등을 넣은 상쾌한 물김치, 알싸한 파김치, 아삭하게 씹히는 단단한 총각김치, 송송 썬 파와 참기름을 넣은 양념간장, 조미하지 않은 구운 김 등 수수하지만 손품이 많이 간 정성 담긴 밑반찬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쌀밥 옆으로 큰 대접에 담은 벌건 김칫국을 맛본다. 신김치의 시큼한 맛이 우러난 국물이 먼저 침샘을 자극한다. 뒤이어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감칠맛과 여린 매운맛이 입안을 감친다. 후루룩 떠먹다 보면 단순한 식재료가 만든 깊고 진한 맛으로 속이 환해진다.
국물로 어느 정도 속을 푼 후 남은 밥을 김칫국에 말아 훌훌 먹는다. 밥알은 얼큰함과 개운한 신맛을 머금고 국물은 여릿하고 구수한 단맛을 포용한다. 절로 바빠진 숟가락질에 큰 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환하게 풀린 속이 든든해진다. 소박하지만 어머니 집밥을 떠오르게 하는 밥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