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가든은 화순 이서우체국 건너편 대로변, 작은 슈퍼와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남편분이 사냥한 야생 멧돼지 고기가 별미이며 메기탕과 양념 메기구이, 토종닭, 오리 로스도 맛볼 수 있다.
여사장님이 살뜰하며 음식 솜씨도 좋아 보인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주변 관공서, 인부분들 상대로 그날그날 만든 밑반찬으로 백반도 판매한다.
시골 맛이 오롯한 백반
천연기념물 화순 야사리 은행나무 답사를 끝내니 점심때다. 건너편 이서가든을 방문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식탁에는 백반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고, 일찍 온 인부분들은 점심을 먹고 계신다. 여사장님은 음식 준비로, 남편분은 서빙하고 치우느라 바빠 보인다.
혼자인데 백반 가능한지 여쭤본다. 가능은 한데 좀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기다리며 보니 옆 식탁에 주변 관공서 분들이 백반 주문하며 호박잎 좀 쪄 달라고 부탁한다. 남편분이 한창 바쁜데 따 오면 쪄 준다고 농도 던진다. 자주 오시는 듯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한차례 인부분들 식사가 끝나니 남편분이 밥과 콩나물국을 먼저 내준다. 달걀 풀은 콩나물국을 한술 뜬다. 시원한 국물 뒤로 가느다란 콩나물이 아삭하게 씹힌다. 밥을 떠먹으려는 순간 낡은 쟁반에 호박 부침, 부추무침, 어묵볶음, 얼갈이배추, 나물무침 등 밑반찬과 늙은호박, 무, 고등어를 넣어 뭉근하게 졸인 고등어조림 반찬을 담아 내온다.
숟가락에 뜬 밥을 입에 넣고 고등어조림 속 늙은 호박을 먹는다. 부드럽게 녹으며 입안에 단맛이 은은하게 번진다. 젓가락질은 몇 번 더 고등어조림을 향한다. 매콤한 양념을 묻힌 고등어살은 삼삼하고 무는 달금하다.
밥이 반이 빈 후 식자재에 알맞게 양념후 볶고, 부치고, 무친 밑반찬들을 골고루 먹는다. 하얀 쌀밥과 잘 어우러진다. 시나브로 쌀 한 톨 남지 않는 밥공기만 덩그러니 남는다. 수수하지만 시골 맛을 오롯이 느낀 흐뭇한 백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