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식당은 수산면 제천단양축산농협수산지점 건너편에 있는 중국집이다. 연세 계시는 부부분이 운영하시는 듯하다. 나가다 주방을 보니 더 연세 계신 할머님이 주방에 계신다.
남 사장님이 수타로 면을 뽑는다.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주방에서 반죽 쳐대는 소리를 귀로 들었다. 수타면이 꼭 좋은 면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기계면에 비해 반죽하고 쳐대는 수고스러움은 있다. 균일한 기계면의 식감도 좋지만, 첨가제를 쓰지 않거나 덜 사용한 수타면의 조금씩 다른 굵기의 식감도 재미있다. 선택은 늘 개인의 몫이다.
식당 벽에 종이 달력이 걸려 있다. 사자표 춘장을 쓰시는 물증이다.
그릇에 주문 후 뽑은 수타면을 담고 짙은 검은색 짜장 양념을 부은 짜장면이다. 하얀 수타면과 검은 짜장 양념이 분명하게 대비된다. 단무지, 양파, 짭짤한 춘장을 곁들여 먹는다. 특히 숙성된 신맛이 도드라지는 묵은 김치는 시골 중국집만이 내주는 남다른 찬이다. 당연히 국산 김치다.
양파, 양배추, 호박 등 다진 채소와 사자표 춘장을 넣은 짜장 양념을 면 위에 얹었다. 돼지고기는 보이지도 씹히지도 않았다. 짜장 양념색이 검디검다. 젓가락으로 살며시 걷어 보니 하얀 속내를 드러낸다.
면은 주문 후 반죽을 치대고 늘려 만든 수타면이다. 손면이란 표현을 쓰는 중국집들을 종종 본다. 손면이 좀 더 친근하고 맛있는 느낌이 든다.
첨가제 사용이 없어 보이는 새뽀얀 면이다. 하얀 그릇보단 덜하지만, 일반 중국집 노란 면들과는 결이 다른 색감이다. 반죽 끄트머리 부분은 두껍고, 대부분 면은 굵기가 고르다. 중간중간 다른 굵기의 면도 보인다.
빨간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고 골고루 섞이게 비빈다. 비빔을 마친 젓가락은 손에 들려진 채로 잠시 기다림을 갖는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보기 위함이다. 흑백이 섞이며 먹음직스러운 빛깔로 바뀌었다. 붉은색은 매운맛을 감춘 채 흑백 속으로 숨어 버렸다.
짧은 눈맛을 즐기고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깊고 넓게 면을 집어 입에 넣고 씹는다. 입술은 흑백을 제일 먼저 맞이하며 빨아들인다. 담백한 면에 묻히며 알맞게 간을 맞춘 짜장 양념은 짭짤하고 단맛은 덜하다. 숨어 있던 빨간 매운맛은 여릿하게 존재감을 알린다. 면은 보드랍고 쫀득하다. 어금니는 굵기가 다른 면의 질감을 순간순간 간직한다. 씹고 굴리고 잘려진 흑백은 입안 구석구석에 풍미의 흔적을 남기고 목구멍을 타고 매끄럽게 넘어간다.
내장은 낱낱이 쪼개진 흑백의 맛을 고스란히 무의식의 언어로 기록한다. 몸이 느낀 기억의 맛은 조용히 뇌에도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