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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Dec 27. 2023

간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상주 할매손두부

할매손두부집은 상주 함창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있다. 상주시 함창읍에서 시어머니 대를 이어 며느님이 두부를 만드는 60여 년 전통의 식당이다. 상주 인근에서 구입한 국산 콩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두부 특유의 구수함이 특징이다.

함창시장에서 구입한 계절에 맞는 신선한 채소와 생선 등으로 만든 밑반찬과 따끈한 두부가 어우러진 정식, 두부전골과 특유의 향과 맛의 산초기름에 구운 산초두부구이가 별미이다.

일정량의 두부만 만들어서 두부가 다 판매되면 일찍 영업을 마치기도 하니 연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꾸밈없는 간판의 맛

할매한상을 주문한다. 따뜻한 쌀밥과 뚝배기에 고춧가루, 채소, 묵은지, 띄운 비지를 섞어 팔팔 끓여 짭짤하게 간이 된 비지장이 밥상의 중심을 잡는다.


숟가락으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쌀밥을  눌러 한술 크게  맛본다. 찰지고 단맛이 은은하다. 밥을  숟가락은 구수한 향에 이끌려 검은 뚝배기로 향한다. 뚝배기 속엔 띄운 비지와 묵은지를 넣어 끓인 비지장이 바글바글 끓고 있다. 숟가락으로 크게  호호 불어 입에 넣는다. 코는 쿰쿰한 향을, 어금니는 꺼슬꺼슬한 비지와 아삭함을 잃지 않은 묵은지의 질감을 느낀다. 또한 혀와 입안은 구뜰하고 깔끔한 매운맛과 시금함을 깨닫는다.


두부를 만들며 남은 쓸모를 잃은 비지는 시간이란 양념과 묵은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지며 맛깔난 지혜의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비지장이다.

눈을 돌려 식탁을 바라본다. 양념 고추찜, 나물무침, 도라지무침, 배추김치, 무나물, 버섯 무침, 조기구이, 미역, 두부구이, 양념간장, 고사리나물, 무장아찌 등 수수하지만, 정성이 담긴 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찬들은 제 물성을 간직하며 알맞게 간이 되었다. 담백한 쌀밥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들기름의 들 내음을 맡으며 두부구이를 맛본다. 간수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부드러움이 알맞다. 어금니는 거침을 느끼며 씹는다. 입에 들어가면 스스로 부스러진다. 혀는 은은한 단맛을 코는 구수한 풋내를 느낀다. 입안 전체가 두부의 풍미로 기껍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밑반찬들을 먹는다. 찬들은 안주로 변신한다. 두부구이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대물림된 노포의 맛은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기도 하고 흥을 돋워주기도 한다. '할매손두부' 간판처럼 꾸밈없는 맛이다.


뜨내기 여행객은 몸과 마음에 행복이란 포만감을 가득 담아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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