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산에서 주워 온 크기와 모양이 다른 도토리를 말린다. 도토리 껍질을 제거하고 3일 정도 물에 불려 일정 정도씁쓸한 맛을 제거한다. 물은 하루에 한 번 정도 갈아준다. 너무 오래 불리면 도토리 특유의 쌉싸래한 쓴맛이 빠진다.
물에 불린 도토리를 건져 방앗간에서 갈아온다. 도토리 가루를 쌀 포대에 넣고 물을 부어 준다. 떫은맛을 일정 정도 없앤다. 빨간 대야 속 물은 검고, 쌀 포대 속 도토리 가루는 짙은 갈색빛을 띤다.
고됨의 쌉쌀한 맛
도토리 가루가 담긴 쌀 포대에 조금씩 물을 부은 후 밟는다. 여러 번 반복한다. 짙은 황토색 물 아래로 앙금이 가라앉는다. 도토리 전분을 만드는 과정은 고되다. 앙금을 걸러낼 때 나온 찌꺼기는 텃밭에 버린다. 채소들의 밑거름이 된다. 자연은 순환한다.
도토리 전분만 모아 말린다. 서로 엉겨 붙은 부분을 잘게 부숴주며 바싹 말린다.
가을철 산에서 주워 만들어 둔 도토리 가루에 물을 붓고 뭉근하게 끓인다. 굵은 천일염으로 소금 간을 한다. 나무 주걱으로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젓는다. 색이 점점 짙어진다. 끈끈한 점성이 생기며 약간 투명한 빛을 띨 때 참기름을 넣고 약한 불로 줄여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인 도토리묵을 뜨거울 때 유리 용기에 담고 시원한 곳에서 굳힌다.
도토리가루 만들기까지도 고되지만, 도토리묵 만드는데도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도토리가루, 물, 소금, 참기름만 넣은 찐 도토리묵이다.
앙금이 남아야 먹는다?
약간 쌉싸래한 맛의 탱글탱글 탄력적인 도토리묵이다. 쫀득하고 부드럽다. 집간장에 송송 썬 쪽파, 깨, 고춧가루 등을 넣은 고소하고 짭짤한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구황 음식에서 별미 음식이 된 도토리묵이다.
가을철에 주운 도토리로 쑨 도토리묵을 채 썰어 말려 두었다가 냉동 보관한 도토리묵나물이다. 필요시마다 끓는 물에 데쳐낸다. 쌉쌀한 맛은 좀 덜해지고 쫀득한 식감은 살아난다.
채 썬 말린 도토리묵나물을 끓는 물에 불려 삶은 물에 데쳐 낸 후 간장, 매실액, 참기름, 깨, 청·홍 피망 등을 넣고 식용유에 볶는다. 떫은맛은 덜해지고 달금하고 쫀득한 식감은 더해졌다.
도토리를 줍고, 씻고, 전분을 내리고, 묵을 쑤고, 말리고, 데치는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듬뿍 담긴 음식이다. 도토리는 사람이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