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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Feb 08. 2024

미니 분식집은 점심에 뷔페로 변한다?

미니분식은 속초관광시장 초입 부근 대경중고서점 옆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마음씀씀이가 너그럽고 얼굴 고우신 주인 할머님이 혼자 운영한다.


밥값이 삼천 원(현재는 천원 올라 사천 원을 받는다)이었다. 시장 난전 상인분, 일반인들, 양복 입은 회사원도 보인다. 음식 통 들고 와 포장해가는 손님도 있다. 속초분들에겐 잘 알려진 식당으로 보인다.


음식은 뷔페처럼 퍼가지만, 자리가 모자라면 합석도 해야 한다. 내부 공간이 협소하고 그리 깨끗하지도 않으니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여행 다니며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밥은 쌀밥과 감자, 콩, 보리 등을 넣은 감자 보리밥 두 종류며 밑반찬은 할머님이 식사 시간 맞춰 직접 만든다. 된장, 고추장, 쌈장, 막장 등 직접 담근 장과 간이 세지 않은 밑반찬들을 뷔페처럼 진열해 둔다.


기호에 맞게 양껏 밥과 밑반찬을 퍼가면 할머님이 구수한 된장국을 내준다. 끝으로 구수한 숭늉으로 마무리하면 입안이 깔끔해진다.


시장통 수수하고 행복한 밥상


주인 할머님이 미리 차려둔 밑반찬을 접시와 대접에 담는다. 국도 한 그릇 퍼간다.


콩을 넣어 약간 질게 지은 보리밥에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 양배추 무침, 고구마 줄기, 오이무침, 부추 무침, 나물무침, 달걀프라이, 연한 상추를 담아 짭짤한 막장, 고추장, 된장 국물을 조금 넣어 비빈다. 다양한 밑반찬과 까슬하고 통통한 보리밥, 막장, 된장 국물이 조화롭게 섞인다. 눈맛은 뇌로 전달되고, 뇌는 손에 명령한다. 숟가락질이 데바쁘다.


김치, 총각김치, 채소가 많이 들어간 잡채, 약간 무른 감자볶음 등 밑반찬과 구수하고 진한 집된장에 아욱을 넣어 끓인 된장국을 곁들여 먹는다. 원하면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 사찰 식사 공양하는 기분이 든다. 첫번째 맛본 삼천 원의 만찬이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 들렸다. 밑반찬이 거의 다 비어 있다. 늦은 점심을 드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보온밥통에서 밥을 퍼 공기에 담고 국그릇엔 두부, 시금한 김치, 콩 알갱이가 진득하게 씹히는 청국장 등을 넣어 끓인 구수하고 시금한 청국장찌개를 담았다.


김치, 미역, 고사리나물, 무청 시래기, 무생채, 멸치볶음, 총각김치, 상추 겉절이, 시금치 무침 등 밑반찬을 둥그런 그릇에 골고루 담는다. 양미리조림 반찬이 더해진다. 양미리를 빼면 절밥과 다르지 않다. 싹싹 비우고 구수한 숭늉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시장통에서 맛본  번째 삼천 원의 행복한 밥상이다.


둥그런 접시 가운데 보온밥통 속 따뜻하고 하얀 쌀밥을 담고 주변으로 둘러가며 밑반찬을 담는다. 주인 할머님이 절밥 같다고  말을 기억하신다. 뜨내기손님 얼굴을 알아보시며 산나물이 맛있다며 많이 담아 주신다.


엄나무 순, 취나물 등 여러 산나물을 조물조물 삼삼하게 무쳤다. 콩나물무침, 감자조림, 오이무침, 양념간장 뿌린 생김, 멸치볶음, 열무김치 볶음, 상추, 대파.양파 등을 넣은 쌈장, 고추장 등 밑반찬과 집된장에 아욱을 넣어 끓인 된장국을 곁들여 먹는다. 된장국이 진하고 구뜰하다. 보리 밥알이 부드럽게 씹히는 구수한 숭늉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번째 맛본 수수하고 흐뭇 삼천 원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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