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 현대옥
현대옥 남부시장점은 1979년 개업한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노포다. 아침 6시에 열어 오후 2시에 영업을 마친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남부시장 좁은 골목 깊은 곳에 있다. 내부에는 열차 객차 같은 길게 생긴 공간이 있다. 의자가 많지 않아 이른 아침부터 출입문 앞에 줄을 서기도 한다. 현재는 옆 공간을 넓혀 여유롭게 국밥을 먹을 수 있다.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이란 명성을 만든 양옥련 할머님이 운영하시다 2008년 12월 은퇴하고 단골손님이 전수하여 현대옥 프랜차이즈를 시작한다.
콩나물국밥 단일메뉴다. 주문 시 국물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 오징어를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오래된 콩나물국밥집, 길쭉한 공간 앞으로 개방된 주방이 있다.
한쪽 구석 솥에는 짙은 갈색빛이 도는 육수가 펄펄 끓고 있고, 한 번 삶아 찬물에 담가둔 콩나물과 따뜻하게 지어 식히는 밥, 뚝배기, 밥주걱, 현대옥 김 등이 보인다.
나이 든 아주머니 몇분이 이른 아침부터 뚝배기에 건더기를 담으며 국밥 준비로 바쁘다.
길게 생긴 공간 앞 의자에 앉아 주문을 하면 건더기를 담은 뚝배기에 예전 방식의 토렴은 아니지만, 얼마쯤 토렴한 맑은 국물의 콩나물국밥을 내준다.
콩나물국밥에 고명으로 넣는 청양고추와 파를 즉석에서 썰고 망치로 마늘을 두드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추가 주문하는 통째로 삶아낸 오징어도 보인다.
손님은 눈과 귀로 국밥 식재료를 느낄 수 있어 흐뭇하지만, 나이 든 아주머니분들의 음식을 매만지는 손길은 바쁘다.
현대옥 상호가 쓰인 김이 제공되지만, 현지 단골분들은 남부 시장 안에서 별도로 김을 사 온다. 뜨내기손님과 단골을 구분하는 한 방법이다.
남부시장 원조의 품격
보통 맛 콩나물국밥에 오징어를 추가해 주문한다. 뚝배기에 밥과 식힌 콩나물을 담고 맑고 시원한 감칠맛의 국물로 토렴 후 즉석에서 다진 마늘, 칼로 썬 고추와 파, 조각낸 삶은 오징어를 얹어 내준다. 밥그릇에 담은 수란과 소금이 덜 뿌려진 현대옥 김, 새우젓, 무장아찌, 김치, 오징어젓 등을 곁들여 먹는다.
달걀 두 알에 참기름을 뿌린 수란에 콩나물 국물을 더하여 후루룩 마신다. 부드럽고, 고소하다. 식사 전 속을 편하게 달래준다.
콩나물국밥은 뚝배기에 삶아 놓은 가늘고 아삭한 콩나물, 식힌 밥 등을 담아 콩나물, 다시마, 한우, 멸치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부어 토렴하고 즉석에서 썬 청양고추와 파, 망치로 두드려 다진 알싸한 마늘, 칼칼한 고춧가루, 삶은 오징어를 고명으로 얹었다.
숟가락으로 국물만 떠먹는다. 간이 알맞은 국물이 진한 감칠맛으로 또렷하게 혀를 휘감는다. 몇 번 더 국물만 맛본다. 텁텁하지 않은 맑은 국물 사이로 매운맛이 여운을 남기며 산뜻하게 속을 엇달래준다.
숟가락으로 건더기들을 휘저어 국물과 섞는다. 크게 한술 떠 입에 밀어 넣는다.
펄펄 끓는 육수로 토렴한 밥알들은 서로 떨어지며 알맞은 온도와 찰기를 얻었다. 갓 지은 뜨거운 밥과 식혀 두었던 밥 중간의 따뜻함이다. 감칠맛과 시원한 맛, 매운맛의 국물을 머금은 낱개 밥알들은 촉촉하고 보드랍다.
가느다란 콩나물은 아싹하게 어금니에 씹히며 맛은 국물에 내줬지만, 자신이 국밥의 주연임을 확실히 귀로 전달한다. 콩나물 사이로 탱글탱글하고 졸깃한 오징어 조각들도 여린 감칠맛과 함께 존재감을 뽐낸다. 싱싱함을 눈으로 확인한 아주머니가 썰고 다진 고추, 파, 마늘은 생것의 매운맛과 아린 맛은 덜해졌지만, 자신들의 즙을 국물에 녹여내며 풍미를 돋워준다. 한 움큼 넣었지만, 콩나물국밥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조연들이다.
밑반찬도 곁들여 먹는다. 손이 자주 가진 않는다. 국밥을 푼 숟가락에 김을 얹어 먹는다. 짭짤한 김의 감칠맛이 더해진다. 바삭한 식감은 덤이다. 김을 국밥에 넣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수저질이 바쁘다. 뚝배기를 받침에 걸치고 마지막 국물을 퍼먹는다. 노포와 맛깔남에 대한 예의다. 묵직한 뚝배기만큼 배는 포만감으로 가득하고 속은 환해진다.
알맞은 간의 맑고 개운한 육수, 신선한 채소 다짐, 토렴한 국물 온도가 합쳐지며 식자재의 식감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콩나물국밥이다.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원조의 품격이 오롯이 느껴진 한 그릇이다. 살아있는 해장의 전설은 오늘도 서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