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오거리콩나물해장국
오거리콩나물해장국은 전주 중앙시장 오거리에 있는 콩나물해장국 전문점이다. 건너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주 야식집 노포 오원집이 있다.
여사장님이 남부시장 현대옥 창립자인 할머니에게 직접 콩나물국밥 만드는 법을 1년 반 배우고 2005년 독립했다고 한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매콤 칼칼한 콩나물해장국처럼 여주인장이 살갑지 않고 걸걸하다.
메뉴는 콩나물 해장국 하나이며 세 가지 맛을 고를 수 있는데 순한 맛, 중간 맛, 매운맛이다. 중간 맛도 맵다. 삶은 오징어와 공깃밥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물과 반찬은 스스로 가져다 먹어야 한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시작해 12시까지 영업한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다. 현금 결제를 해야 한다.
전일 전주 전일갑오와 오원집에서 술을 마시고 중앙시장 오거리 부근에서 숙박한다. 다음 날 아침 해장을 위해 숙박지 에서 가까운 오거리콩나물 해장국을 찾는다.
오거리콩나물해장국은 예전 전주 여행 때 미리 봐둔 곳이다. 이곳을 찾기 위해 전날의 음주부터 숙박지까지 모든 일은 계획하에 이루어졌다.
아침 6시 전, 식당 앞에 다다른다. 출입문 위 나무에 큰 글씨로 쓴 식당 이름이 붙어 있다. 오거리와 해장국은 흰색이고 콩나물은 노란색이다. 콩나물이 주인공임을 간판에서도 알 수 있다.
출입문 옆 영업시간을 보니 6시 30분부터 영업 시작이다. 노송천변 의자에 앉아 쉰다. 중앙시장 오거리 부근 노포인 현대닭내장, 진미집, 오원집 등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오거리는 아침 이른 시간이라 인적은 드물고 노송천 얕은 물은 멈춘 듯 흐르고 있다.
6시 30분 의자에서 일어나 오거리콩나물해장국으로 향한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다. 내부에는 열차 객차 같은 길게 생긴 공간이 있다. 남부시장 현대옥의 모습이 겹친다. 1m 정도 폭의 은빛 스테인리스 테이블 앞은 손님의 공간이고 뒤는 여사장님의 공간이다. 손님 한 분이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있다. 3명 정도 앉을 거리를 띄우고 의자에 앉아 중간 맛을 주문한다.
식당 안을 살펴본다. 식당 좌측 끝엔 두 개의 솥에서 육수가 끓고 있고, 솥 앞 스테인리스 테이블엔 밥통과 뚝배기, 커다란 나무 도마가 놓여 있다. 여사장님이 콩나물해장국을 담아 내기 위한 최적의 동선을 만든 공간이다.
앉은 자리 앞으로는 설거지하는 싱크대와 차림표, 시계가 걸려 있다. 깔끔하게 밥그릇과 뚝배기를 넣은 선반도 보인다. 우측으로 눈을 돌려보니 냉장고와 에어컨, 차림표, TV, 정수기, 물컵 자외선 소독기, 반찬통 등이 보인다. 방송 출연한 사진도 눈에 띈다.
여사장님은 김통과 수란을 먼저 내주고 육수가 끓고 있는 솥으로 간다. 뜨내기손님은 반찬통이 놓인 곳으로 가 작은 접시에 밑반찬을 담아 자리에 앉는다. 손님이 할 일은 마치고 눈길은 여사장님에게로 향한다. 여사장님은 뚝배기에 식혀 두었던 밥과 삶은 콩나물을 담는다. 왼손으로 뚝배기를 잡고 기울인 후 솥에서 끓고 있는 육수를 국자로 퍼 여러 번 퍼붓고 따른다. 육수는 밥과 콩나물을 데우고 솥으로 돌아간다.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중용의 조리법인 토렴이다.
토렴을 마치고 육수를 뚝배기가 찰랑거리게 붓는다. 솥에서 할 일은 마쳤지만, 아직 손님에게 내기엔 한 번의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여사장님은 솥 앞 도마로 옮겨 대파와 청양고추를 썰고 마늘을 찢는다. 잘게 썬 묵은지 한술을 담고 고춧가루를 뿌린 후 다져둔 채소들을 뚝배기에 얹는다. 손님에게 가져갈 콩나물해장국이 완성된다.
콩나물해장국은 음식을 매만지는 여사장님의 고된 손길을 거쳐 뜨내기손님 앞에 놓인다. 콩나물해장국은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기보다는 적당히 온기를 가진 채로 나온다. 활화산보단 휴화산 같다. 콩나물해장국에 김과 수란,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콩나물국밥을 먹기 전에 밥공기에 담긴 노른자가 뚜렷한 수란을 맛본다. 콩나물해장국 국물을 네 숟가락 붓고 김을 부숴 넣는다. 숟가락으로 고루 휘젓고 오른손으로 밥공기를 잡아 간이 맞춰진 수란을 들이켠다. 후루룩 딸려 온 흰자와 노른자는 부드럽게 내장으로 넘어가고 국물과 김은 입속에서 시원한 감칠맛을 뽐낸다. 빈속을 채워주기도 하고 술에 지친 속도 슬그머니 달래준다. 일차 해장이다.
수란을 먹고 콩나물해장국이 담긴 뚝배기로 숟가락이 향할 때쯤 손님 한 분이 들어와 우측에 자리를 잡는다. 여사장님과 짧게 눈인사를 나눈다. 여사장님은 바로 솥으로 향하고 뜨내기손님에게 내올 때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 후 콩나물해장국을 손님 앞에 내놓는다. 단골손님인 듯한 분은 여사장님이 내준 대로 먹는다. 말이 필요 없었다.
두 손으로 뚝배기를 감싼다. 따뜻함이 기분 좋게 전달된다. 따뜻한 여운을 느끼며 잠시 머뭇거리던 숟가락으로 콩나물해장국 국물만 한술 뜬다. 멸치와 건어물로 우려낸 국물은 감칠맛과 개운함으로 입과 내장을 너울거린다. ‘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며 숟가락이 국물만 몇 차례 떠먹게 이끈다. 술에 지친 속이 맑아진다. 이차 해장이다.
뚝배기에 다져서 얹어진 대파, 청양고추, 마늘과 고춧가루를 숟가락으로 휘저어 국물과 섞는다. 크게 한술 떠 입에 밀어 넣는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의 첫맛 뒤로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맛으로 입 안이 얼얼하다. 깔끔한 매운맛은 오래 머물지 않지만, 여운은 길다. 목덜미에 땀이 살짝 흐른다. 수북하게 올려진 길고 가느다란 콩나물은 꼭꼭 씹을수록 ‘아삭아삭’ 이란 단어를 귀와 어금니에 각인시키며 고소하고 산뜻한 즙은 혀에 고인다. 익지 않은 생파와 다진 마늘이 따뜻한 국물에서 내는 알싸한 향과 묵은지의 시금한 맛이 그만이다. 중간중간 알맞은 온도와 찰기를 얻은 토렴한 밥알들이 따뜻한 국물을 머금고 촉촉하고 보드랍게 씹힌다. 콩나물해장국은 주인공과 조연들이 어우러지며 맛의 완성도는 절정으로 향한다. 몇 술 더 떠서 먹는다. 이마에도 땀이 맺힌다. 삼차 해장이다.
밑반찬도 곁들여 먹는다. 깻잎절임은 특유의 짙은 향과 짠맛을, 새우젓은 짭짤한 감칠맛으로, 묵은김치는 발효의 신맛으로 콩나물해장국에 풍미를 더한다.
콩나물해장국을 먹는 수저질이 바빠지는 만큼 땀을 닦는 손길도 늘어난다. 땀을 닦고 앞을 바라본다. 여사장님이 뚝배기에 밥과 삶은 콩나물을 담아 토렴하고 육수를 부은 후 몸을 돌려 도마에서 대파와 청양고추를 썰고, 마늘을 찢어 뚝배기에 얹으며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다. 콩나물해장국을 만들어 내는 여사장님의 규칙적인 동작은 날래면서도 느긋하다.
눈길은 다시 뚝배기로 향하고 수저질은 멈추지 않는다. 콩나물해장국은 강렬하고 얼큰한 매운맛 뒤로 개운함이 은은한 육수와 알맞게 삶아진 콩나물의 식감과 고소한 맛, 즉석에서 손질한 싱싱한 푸성귀의 향과 맛, 토렴한 국물의 다사로운 온도가 여주인장의 손맛에 녹아들며 어우러진다. 전주의 다른 콩나물국밥이 평양냉면 같은 맛이라면 이 곳은 함흥냉면의 양념처럼 맵싸하지만 깔끔하고 은은한 매운맛이 더해진 콩나물해장국이다.
시나브로 뚝배기는 비워지고 온 몸은 향과 식감, 맛으로 남실댄다. 배는 포만감으로 든든해지고 속은 환하게 풀어진다. 해장의 완성이다. 얼굴에 흐른 땀을 닦는 동안 목덜미로 살그머니 땀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