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개천식당
개천식당은 80여 년 전통의 함경도식 만두 전문점이다. 대전 동구청 인증 모범토박이업소다. 창업주 할머니 작고 후 주방에서 오래 일했던 현 사장님이 이어받아 운영한다.
은행교와 중교 건너편 중간 대전 중앙시장 골목길로 직진하면 보인다. 중앙시장 비좁은 골목 깊숙이 있던 곳에서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식당 내부까 깨끗하고 밝아졌다.
사골국물에 함경도식 손으로 빚은 만두를 넣어 끓인 만둣국이 대표 메뉴이다. 떡만둣국, 떡국, 국밥, 갈비탕, 부추만두튀김, 개천김치만두, 부추고기만두 등을 판매한다. 계절 메뉴로 냉면과 서리태 콩국수도 맛볼 수 있다.
상호가 쓰인 노란 간판이 빨간 간판으로 변했다. 작게 쓰인 개천식당 상호 옆으로 ‘이북식 만두’도 쓰여 있다.
식당 출입문 좌측에 붙여진 설명을 읽는다.
“평안남도 개천에 사시던 왕할머니라 불리던 백옥실님(작고)이 1.4후퇴 때 대전에 피난 내려와 1950년 판자촌이던 지금의 위치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평양근처 개천에서 유명한 국수(냉면포함)를 팔았기에 식당이름을 개천식당이라고 지었다.
개천식당에서는 평양식 만두를 섞어서 팔기도 했는데 1990년 이후부터는 국수(냉면포함)보다 만두가 더 인기를 얻어 만두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지금도 이곳 개천식당 만두의 인기는 식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천식당을 처음 찾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대전 중앙시장을 헤매다 비좁은 골목 입구에서 ‘개천식당’ 상호가 쓰인 노란 간판을 만난다. 모범토박이업소 인증패가 맛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 올린다. 사람 두 명이 간신히 오갈 수 있는 길목을 따라 들어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다. 출입구에 제면기가 보인다. 냉면을 만드는 물증이다.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구석에 한자리가 비어 앉는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펴본다. 손님들 대부분이 만둣국을 드신다. 망설임 없이 만둣국을 주문한다.
만둣국은 미리 삶아 두었던 두툼하고 큼지막한 손만두를 육수에 토렴한다. 밥이나 국수처럼 식은 만두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손만두와 사태, 당면 등을 함께 그릇에 담은 후 사골과 양지로 우려낸 국물을 붓고 육수에 담가 건진 달걀물을 얹어 고춧가루, 썬 파, 깨 등을 뿌려 내준다.
자극적인 맛 덜한 양념의 시큼하고 시원한 배추김치와 삼삼한 동치미 국물 등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단출하지만 만둣국과 잘 어우러진다.
숟가락이 처음 향한 곳은 만둣국 가장자리다. 옅은 기름기가 감도는 맑은 국물을 떠 맛본다. 국물이 짭짤하고 감칠맛이 진하다.
고명으로 얹어진 식재료들을 잘 섞은 후 건더기와 함께 먹는다. 고춧가루의 매운맛, 깨의 고소한 맛, 파의 알싸한 맛, 사태의 감칠맛, 달걀과 당면의 담백한 맛과 식감이 보태진다. 짭짤한 맛은 덜해지고 연륜이 만든 국물 맛은 완성된다. 대중과 식당이 합작한 욕망이 충족된 상태의 국물 맛이다. 푹 고은 육향의 갈비탕을 먹는 듯 깔끔하고 개운하다.
숟가락에 만두 한 알을 얹는다. 손으로 빚은 함경도식 만두가 묵직하다. 식당용 앞 접시에 담는다. 접시가 가득할 정도로 큼직하다. 숟가락으로 만두 반을 가른다. 크기에 비해 두껍지 않은 만두피가 갈라지며 속내를 보인다. 당면, 다진 고기, 숙주, 배추, 고춧가루 등 잘게 다진 속 재료가 알차다. 만든이의 손품이 눈에 들어온다.
눈맛을 본 만두를 맛본다. 만두는 따뜻할 정도의 온도다. 토렴의 효과다. 잘 뭉쳐진 속 재료들이 어금니에 씹힌다. 각각의 식감과 맛이 느껴지지만 도드라지지 않고 담담하다. 담박함 속에서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맛의 균형을 잡는다.
만둣국 안 만두를 반으로 자른 후 국물과 함께 먹는다. 투박하고 수수한 만두는 고깃국물이 스며든다. 간과 감칠맛, 따뜻함을 선물 받은 만두는 먹는 이의 입안을 촉촉하고 보드랍게 감친다. 남은 만두와 건더기들을 향하는 수저질이 바빠진다.
함경도식 손만두를 사골국물에 넣어 끓인 만둣국에는 실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고향의 맛이 담겨 이어지고 있다.
만둣국을 담은 그릇을 한 손으로 잡고 마지막 국물을 들이킨다. 스테인리스 그릇은 가볍지만 맛은 듬직하다. 손맛의 역사가 전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