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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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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12. 2024

빗소리에 고소함을 지지다, 빈대떡


무쇠솥뚜겅녹두빈대떡본점은 청주 분평동 원마루시장 안에 있다. 현 자리에서 10여 년 넘게 영업 중이라고 한다. 번철에 돼지기름으로 굽는 녹두빈대떡과 호박고지찌개가 대표 음식이다. 닭발도 인기 메뉴인 듯 주문이 많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친구와 함께 찾는다. 뜨내기손님보단 몇 차례 들리신 듯 익숙하게 무쇠 솥뚜껑에 빈대떡을 구워 막걸리 한잔하시는 손님들로 자리가 꽉 찼다. 손님들 연령대가 높다.


식당 벽면에 녹두빈대떡 조리 방법이 크게 적혀 있다. 여사장님이 빈대떡 부치는 시범을 보여 준다. 몇 번 부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노릇하게 부쳐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 마신다.


빈대떡 반죽을 큰 양푼에 담아 내준다. 무쇠솥에 돼지기름을 내고 빈대떡을 부친다. 호박 나물, 어묵볶음, 새곰한 묵은 김치, 양파절임, 청양고추·깨·파를 넣은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기름짐을 잡아주고 막걸리와도 잘 어우러지는 밑반찬들이다. 걸쭉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들이켠다.


빈대떡 반죽은 물에 불려  녹두에 고사리, , 숙주, 돼지고기, 오징어 등을 잘게 썰어 넣고 삼삼하게 간한 반죽을  양푼에 담아 내준다. 걸쭉하고 하얀 녹두 반죽 사이로 알록달록 신선해 보이는 재료들이 박혀 있다.


달구어진 솥뚜껑 끝부분에 돼지비계를 올려 기름이 흘러나오게 한다. 녹두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되직하게 올린다. 집게로 돼지비계를 꼬집듯이 비튼다. 돼지기름이 졸졸 흐른다.


한쪽 면이 노릇하게 잘 익으면 집게와 뒤집개로 살며시 뒤집어 반대쪽도 노릇하게 지진다. 셀프로 부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더불어 굽기 정도도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다.


빗소리에 고소함을 지지다, 빈대떡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빈대떡이 지글지글 구워진다. 경쾌한 합주 소리다. 돼지기름 탄 내음과 빈대떡 익는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바싹하게 지진다. 돼지기름이 녹두 반죽속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노릇하게 구워진 빈대떡 한 점 맛을 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간 녹두와 속재료가 서벅서벅하다. 오롯이 돼지기름만으로 지져 고소함이 깊다. 입가에 돼지기름이 살며시 묻는다. 고소함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기름지다 싶으면 시금한 묵은 김치, 양파 절임, 청양고추 넣은 양념 간장에도 찍어 먹는다. 시원하게 막걸리도 한잔 들이켠다. 빗소리와 함께 소소한 행복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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