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저냐를 아시나요?
돈저냐의 표준국어대사전 설명이다.
"엽전 크기로 만는 저냐.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따위의 살을 잘게 이겨 두부, 잘게 썬 파, 나물 따위를 섞어 엽전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만들고 이것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푼 것을 씌운 다음 지져서 만든다."
청주 섬진강파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당이다. 메뉴판 '고기두부전'을 주문한다.
여사장님이 출입문 입구 큰 번철에서 반쯤 익혀 손님 번철로 옮겨준다. 익힘은 손님의 몫이다.
두부를 만드는 곳이다. 순두부로 빚은 돈저냐다. 부드러움의 결이 다르다. 돼지고기와 채소는 곁다리다. 화학첨가제가 들어갈 틈이 적다. 손품은 맛을 빚는다.
명절 집에서 가족이 빚은 동그랑땡 다음으로 맛깔나다. 고맙다!
보름달을 닮은 고소한 맛
명절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 가족끼리 먹으려고 동그랑땡을 만든다. 검은 머리에 하얀 손의 손녀와 하얀 머리에 주름진 손의 할아버지가 마주 앉아 동그랑땡을 빚는다. 고사리손으로 한몫 거드는 여조카가 기특하다. 70여년 이상의 나이 차이는 동그랗게 합쳐진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빚은 합작품은 기름에 부쳐져 명절 아침상에 오른다.
전은 여러 식자재를 손질하고 모양을 만들고 부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만든이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흠뻑 담긴 음식이다.
동그랑땡은 물기를 뺀 으깬 두부, 간 돼지고기, 당근, 파 등을 고루 섞어 추석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빚는다. 소금, 후추 등으로 살짝 간을 한다.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히고 팬에 기름을 둘러 약한 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돈저냐라 부르는 갓 부친 동그랑땡을 호호 불며 한 입 베어 문다. 삼삼하고, 고소하다. 으깬 두부가 부드럽고 담백하게 씹힌다. 중간중간 당근, 파, 돼지고기등 식재료 각각의 식감이 오롯이 느껴지며 풍미를 더한다. 노릇한 보름달이 입안을 풍성하게 해준다.
여조카의 고사리 손맛, 제수씨의 엄마 손맛,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연륜이 담긴 손맛등에 정성이란 조미료가 더해져 맛깔남이 입안을 차고 넘친다.
노릇하게 부친 동그랑땡은 달력 종이를 깔고 소쿠리에 담는다. 달력 종이가 기름을 흡수해 느끼함을 덜어준다. 따뜻할 때보단 맛은 덜하지만 오며 가며 먹다 보면 소쿠리가 금세 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