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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Dec 14. 2024

구수하고 소박한 서민의 한 끼

청주 우암동설렁탕

우암동설렁탕은 청주 북부시장 입구 가까이 위치한 40여 년 전통의 설렁탕 전문점이다. 창업주인 시어머니 대를 이어 며느님이 운영한다. 벽돌집에 걸린 천막 간판과 두 자릿수 전화번호가 세월의 흔적을 대변한다. 내부도 시골 장터 국밥집 느낌이 물씬 난다. 입식 작은 테이블이 8개 정도 있고 뒤편 작은방에는 좌식 테이블이 있다.


메뉴는 한우 설렁탕(7,000원), 수육(23,000원), 소주(3,000원)뿐이다. 가격이 싸다. 모든 식자재는 국내산을 사용하며 수육은 한정 판매라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14시까지다.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 모르는 분들과 같이 합석도 해야 하며 준비된 양이 소진되면 마감 시간 전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 12시 30분경 찾았다. 내부는 손님들로 꽉 찼다. 손님들 연령층이 높다. 설렁탕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분들이 많다.

 

밖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줄을 선다.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수육은 이미 떨어지고 설렁탕도 13시 조금 넘자 재료가 소진된다. 식사하며 보니 영업시간에 찾은 몇 분이 발걸음을 돌린다. 익숙한 듯 별소리 없이 나가신다. 꾸준히 찾는 단골인듯하다.


설렁탕은 묵직한 뚝배기에 육수 끓일 때 넣었던 고기와 당면을 담고 솥 안의 따뜻한 국물을 붓는다. 전통적인 토렴은 아니지만 식은 고기를 데우고 먹는 이가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온도다. 따뜻함과 미지근함 경계에 있는 국물이다.


뚝배기를 화구에 올려 끓이지는 않는다.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흰쌀밥과 새곰달금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 송송 썬 대파, 짠맛 덜한 매콤한 다진양념 등을 함께 내준다. 밑반찬은 단출하지만, 설렁탕의 풍미를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스러운 쟁반 위에 담긴 소금, 고춧가루, 후추 등으로 취향에 맞게 간을 한다.


시어머니부터 이어진 옛 방식 그대로 가스 불 대신 연탄불을 사용하여 오랜 시간 소머리, 소뼈와 고기를 넣고 삶아낸 육수다. 기름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걷어낸 국물 색은 너무 맑지도 뽀얗지도 않다.


팔팔 끓인 국물이 아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정도의 국물을 한술 뜬다. 첫맛은 기름기 없이 깔끔하고 담박하다. 약간의 누린내도 은은하게 느껴진다. 잡내라기보단 화학 첨가물 없이 오롯이 뼈와 고기로만 끓인 자연스러운 냄새다.


국물에 약간의 소금과 파를 더하고 맛을 본다. 국물이 깊고 묵직해진다. 감칠맛도 감돈다. 향긋한 파 향이 입안을 감미롭게 한다. 식품첨가물이 가미된 얕은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설렁탕과는 결이 다른 깊고 구수한 맛이다. 시간의 댓가를 치르고 만든 정성이 담긴 국물이다.


부드러운 당면과 진한 국물이 스며든 머릿고기와 사태, 양지로 보이는 고기가 야박하지 않게 들어간다. 야들야들하고 쫀득하다.


구수하고 소박한 서민의 한 끼

삼삼한 국물과 건더기를 먹다가 소금으로 간하고 밥을 만다. 밥알이 서서히 국물을 머금으며 한 몸이 된다. 밥알은 부드럽고 국물은 구수하고 진하다.


송송 썬 파와 다진 양념, 깍두기 국물도 조금 더한다. 발갛게 변한 국물이 먹음직스럽다. 향긋한 파 향과 다진양념의 매칼한 맛, 적당히 익은 새곰한 깍두기 국물이 입안을 감친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더해져 약간의 누린내를 잡아준다. 부드러운 밥알과 당면, 보들보들한 고기, 사근사근한 파 등이 어우러져 기분 좋게 씹힌다.


한술 크게 떠 큼직한 깍두기 한 알을 올려 먹는다. 적당한 양념을 만나 알맞게 익은 무가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씹힌다. 단맛은 적고 시원한 청량감과 새곰한 맛을 낸다.

 

국물을 머금은 밥과 건더기가 궁합이 알맞다. 각각의 다른 맛들이 하나 되어 자꾸 수저질을 하게 한다. 먹다 보니 국물 하나 남기지 않은 뚝배기 그릇을 마주한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기본과 정석에 충실한 설렁탕 한 그릇. 진천 쌀로 갓 지은 밥 다운 밥. 설렁탕을 만나 주연 못지 않은 역할을 하는 알맞게 익은 깍두기.


어우러짐은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 구수하고 소박한 서민의 한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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