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철의 맛

너구리가 청국장을 만났을 때

by 바롱이

다시마와 오동통한 면이 특징인 동물 이름 라면에 시금치, 황태포, 파, 청국장을 넣어 끓였다. 불을 끄고 잔열에 뜸 들이며 마지막으로 돌김 두 장을 얹는다.


국물 먼저 한술 뜬다. 혀를 작렬하던 화학적 감칠맛이 누그러진다.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깊다. 은은한 단맛과 김향이 뒤를 받친다.


라면 수프의 맛이 도드라지지 않은 이유는 청국장과 황태포, 시금치, 돌김 등이 풀어낸 풍미 때문이다. 익숙한 맛에 새로움이 스며들며 조화를 이룬다. 조화는 맛의 깊이를 만든다.


한동안 숟가락을 잡은 손은 젓가락으로 바꿔집지 않는다.


국물 맛에 잠시 잊힌 면과 식재료를 맛본다.


오동통한 면은 늘 그러하듯 졸깃하고 국물을 머금어 부풀어 오른 황태포는 촉촉하다. 청국장 콩알은 진득하게, 손으로 찢어 넣은 대파는 아지작 씹힌다. 시금치는 보드랍고 돌김은 국물에 풀어져 흐물거리지만 향과 고소함은 진하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은 후 식은 냄비를 부여잡고 남은 국물을 쭈욱 들이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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