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일갑오
전일갑오는 전주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맞은편 골목에 있다. 전주 가맥을 전국적으로 퍼뜨린 가게 맥줏집이다.
주인 할머님이 연탄불에 구운 황태구이와 말린 딱딱한 갑오징어를 기계에 두드려 구운 안주를 시그니처 간장 양념장에 찍어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주문하면 바로 프라이팬에 부쳐주는 달걀말이(손님도 가게도 계란말이라 부르는게 익숙하다.)도 일품이다. 슈퍼도 같이 운영하여 담배, 아이스크림, 과자 등도 판매한다.
2026년 2월 오후 7시 넘어 간만에 찾았다. 식당 외부는 전과 다름없는 구멍가게다. 어둑해진 밖에서 보이는 가게 내부 불빛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며 주인 할머님과 이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빈 자리에 앉아 살펴 보니 내부 벽을 하얗게 칠하고 등도 새로 바꾼듯 하다. 낯설음은 나갈때까지 이어진다.
계란말이를 주문한다. 연세계신 이모님이 즉석에서 말아낸다.
달걀 물에 잘게 다진 당근, 파, 햄 등을 넣고 소금간하여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서서히 익혀가며 둥글게 말아낸다.
낯익은 이모님이 계란말이를 식탁에 놓으며 얼굴을 마주친다. 인사를 드렸더니 살그머니 미소를 지어 주신다. 10년 넘게 다녔지만 처음이다. 원래 무뚝뚝하신 줄 알았던 계란말이 담당 이모님이다.
도톰하게 말아낸 계란말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하얀 접시에 담겨 있다. 하얀색, 노란색, 분홍색, 파란색이 어우러지며 눈맛을 자극한다.
접시 위로 모락모락 김이 오른다. 따뜻함의 물증은 코를 후비고 뇌를 자극한다.
참지 못한 손은 어느새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맥주는 나그네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영양제다.
계란말이를 집어 한입에 쏘옥 넣고 씹는다.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먼저 느껴진다. 보드라운 식감에 향긋한 향을 내는 파와 당근이 간간이 씹힌다.
간장, 깨, 청양고추, 조청 등을 넣은 이곳의 시그니처 간장 양념장에도 찍어 먹는다.
달고 짜고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장이 달걀 특유의 비린내와 기름짐도 잡아주고 풍미도 더해준다.
황태구이, 갑오징어와 함께 대표 안줏거리이자 배고픔도 해결해주는 땟거리다.
맥주 두병에 계란말이를 먹은 후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오후 8시 조금 넘은 겨울 저녁 골목길 전일 갑오는 밝다.
술꾼에겐 밝음이 낯설다. 허름하고 어둑함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에 젖어 먹는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진다.
주인 할머님과 이모님이 자리를 지켜주심에 고마움을 간직하며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