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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11. 2023

진주처럼 빛난 통영 밥상

볼락구이와 자리돔회

통영 강구안 숙소에서 나와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풍년식당 부근을 걷다가 동네 어르신께 통영 비빔밥을 파는 다인밥상을 소개받는다. 중앙시장 상인분께 위치를 물어 갔는데 영업 시작 전이다.


식당 옆 진주떡집 주인 할머님께서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문 열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여 동피랑 동포루에 오른다. 통영 전경이 환하게 펼쳐진다. 경치로 눈맛은 채우고 내려온다. 다인밥상은 아직 영업 전이다. 옆집 여사장님이 통화해 보니 10시 정도 연다고 한다.


시간이 남아 통영 활어시장을 거닐다 살아 있는 자리돔을 본다. 나현활어 여사장님께 여쭤보니 연화도, 매물도 인근에서 잡은 자리돔이라고 한다.


다인밥상에서 양해 구하고 먹으려고 자리돔회를 주문한다. 여사장님이 뼈가 억세지 않은 크기의 활어 자리돔을 골라 소쿠리에 담는다. 소쿠리 속 자리돔을 건져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하는 여사장님 칼질이 능숙하다.


머리 자르고 내장 등을 깨끗이 씻은 손질된 자리돔을 도마 위에 마른 수건을 깔고 얹는다. 자리돔을 얹은 수건을 돌돌 말아 물기와 불순물을 제거한다. 마른 도마 위에 물기를  자리돔을 올리고  쪽부터 어슷하게 뼈째 회를 뜬다. 포장지에 박판지를 깔고 자리돔회 담는다. 수북하다.


진주떡집·방앗간에서 기다리려고 다시 들렸는데 주인 할머님과 아드님이 식사하고 계신다. 다인밥상에서 먹으려고 산 갈치 젓갈, 자리돔회 나눠 드리려고 하는데 할머님이 같이 밥 한술 뜨라고 하신다.


수저를 받고 식사하시는 쟁반을 본다. 된장, , 채소, , 방아잎을 넣어 끓인 구수하고 시원한  장국과 볼락구이, 견과류 듬뿍 넣은 멸치볶음, 열무물김치, 열무김치, 부추김치, 쪽파김치, 자리돔회 찍어 먹을 구수한 된장  밑반찬과 콩을 넣어 지은 밥이 빛바랜 네모난 쟁반 차려져 있다.


평상시 드시는 집밥이다. 일반 식당에 비해 모자라지 않은 밥상이다. 주인 할머님과 아드님이 드시는 수수하지만, 향토색이 엿보이는 통영 서민 밥상이다.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갈치 젓갈과 뼈째로 썬 자리돔회도 밥상에 곁들여진다.


쟁반 자리가 좁아 할머님이 프라이팬에 드시던 볼락구이를 접시에 따로 담으신다. 여수분들이 군평선이구이를 좋아하는 것만큼 통영분들 사랑하는 볼락구이. 접시에 담긴 작아 보이지만 살이   볼락구이를 맛본다. 머리와 껍질은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하고 속살은 고슬고슬 고소하다.


중앙시장서 산 갈치 젓갈은 갈치살이 찐득하게 씹힌다. 짭짤한게 담백한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뼈째로  자리돔회 맛본다. 뼈가 억세지 않고 살강살강 씹힌다. 먹는 이의 어금니를 기껍게 해준다. 살은 씹을수록 달금함이 그윽하다. 할머니표 집된장에도 찍어 먹는다. 시간이 만든 구수한  자리돔의 풍미를 최대로 끌어 올리며 먹는 이의 입안을 흐뭇하게 한다.


후식으로 수박과 복숭아화채를 내주신다. 수박을 한입 베어 문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농사지은 복숭아의 씨앗과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썬 후 물과 설탕을 넣어 시원하게 냉장한 복숭아화채는 주인 할머님이 마실 오시는 시장분들, 손님들 드리려고 만든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음식이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먹는다. 기분 좋은 단맛의 시원한 국물과 무르지 않은 부드러운 과육이 일품이다.


후식까지 먹은 후 상호 관련해서 주인 할머님 고향이 통영과 인접한 진주냐고 여쭤보니 지명이 아닌 진주처럼 빛나라는 뜻에서 지으셨다고 아드님이 말씀해 주신다.


검이불루(儉而不陋).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통영의 서민 밥상이지만, 맛은 진주처럼 빛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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