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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22. 2023

사랑과 정을 나눈 김장 밥상

어머니가 항아리속 집된장을 떠 맹물에 넣고 휘휘 손으로 젓는다. 수육 삶는 물에 바탕이 되는 된장에 손맛이 더해진다.


집된장을 푼 물에 삼겹살, 목살, 전지 등 돼지고기와 월계수 잎, 양파, 생강, 소주 등을 넣은 후 센 불로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 은근하게 삶아낸다. 양파가 뭉근해지고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찔러 푹 들어가고 핏기도 보이지 않으면 알맞게 잘 삶아진 거다.


잘 삶아진 수육을 건져 도마에 얹고 도톰하게 썬다. 짙은 황토색 집된장의 기운을 오롯이 흡수한 갈빛 돼수육을 하얀 접시에 담는다. 김장이 끝나고 식구끼리 먹을 돼지고기 수육이 완성된다.



"사랑과 정을 나눈 김장 밥상"


김장을 마친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농사지어 갓 도정한 뽀얗고 윤기 흐르는 쌀밥에 하얀 김이 오른다. 한 입 넣어 꼭꼭 씹는다. 찰지고 달금함에 입안이 기껍다. 구운 김 하나만 있어도 될 정도로 밥맛이 달다.


동태알을 오롯품은 동태와 무를 넣어 끓인 빨간 동태찌개도 한술 뜬다. 국물이 매콤달콤하고 시원하다. 통통한 알은 고소함이 톡톡 터지고 뼈에 착 달라붙어 있는 살은 담백하고 부드럽다.


햅쌀밥과 동태찌개는 조연이다. 김장 밥상의 주연은 가족이 함께 정성 담은 김장 김치돼지고기 수육이다. 주연임을 알리듯 밥상에서도 중앙 자리를 차지한다.


어머니는 집 텃밭에서 기른 배추는 '산 배추'고 판매하는 절인 배추는 '죽은 배추'라고 부른다. 산 배추를 뽑아 씻고, 절이고, 김칫소를 넣어 담근 배추김치가 점심 밥상에 오른다.


빨간 양념에 하얗고 노란 배추와 푸른 갓이 보이는 포기김치를 길쭉하게 찢어 맛본다. 갖은양념에 버무려졌지만 밭의 기운이 그윽이 남아 있는 배추의 풋내가 싱그럽다. 아삭하게 씹히며 시원한 맛을 낸다. 김칫소로 넣은 통통한 갓도 푸름을 잃지 않고 사각사각 씹힌다. 알싸한 풍미도 그대로다. 고춧가루 양념과 젓갈의 맛은 아직 여리다.


식물성 재료의 신선한 섬유질과 동물성 재료의 감칠맛이 잘 어우러지며 숙성되면 시나브로 맛은 더 깊어지고 개운한 감칠맛의 발효음식으로 변신할 것이다.


고들빼기김치는 잎은 졸깃하고 뿌리는 고독고독하다. 겨울에 맛보는 쌉싸래한 맛이 별미다.


가족들의 손맛과 화합으로 담근 김장 김치에는 사랑과 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발효의 시간을 거치며 깊은 을 낼 김장 김치다.


집된장의 간이 밴 돼지고기 수육도 맛본다. 보들보들 구수한 살코기, 쫀득한 껍질, 꼬독꼬독 씹히는 오도독뼈, 고소한 비계의 기름진 맛 등 다양한 질감과 풍미로 입안이 풍성해진다. 시원하고 아삭한 배추김치에 수육을 올리고 감칠맛 나는 새우젓과 양념 조개젓을 얹어 먹는 맛이 그만이다.


가족이 힘듦을 나누고 맛보는 사랑과 정오롯이 담긴 김장 밥상이다. 더없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을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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